# 남편과 사별하고 식당 종업원으로 일하며 어렵게 생계를 이어가는 50대 A씨는 2015년 자녀장려금으로 50만원을 받았지만 지난해에는 받지 못했다. 규정상 자녀가 만 18세 미만일 경우에만 자녀장려금을 받을 수 있는데 딸의 나이가 만 18세가 됐기 때문이다. A씨는 “없는 살림에 50만원이라도 큰 도움이 됐는데 지난해에는 받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빠르게 진행되는 저출산·고령화가 ‘세금 지출’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A씨처럼 자식의 나이가 차 자녀장려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사람이 급증한 반면 아기를 낳아 새롭게 받게 된 가정은 드물었다. 정부가 자녀장려금을 확대하려는 노력에도 오히려 지급액이 1년 새 15%나 쪼그라들었다. 반면 근로장려금(EITC) 중 60세 이상에게 주는 돈은 ‘역피라미드 형’ 인구구조가 가속화하며 6년 새 55배나 폭증했다.
국세청의 한 고위관계자는 3일 “저출산·고령화가 심각한 문제라고 듣기만 하고 실감하지 못했는데 자녀장려금·근로장려금 지급액이 최근 몇 년 새 급격히 변한 것을 보며 피부로 느꼈다”며서 “인구구조 변화가 세금 지출도 변화시키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예산에 의한 복지지출과는 별도로 거둬들인 소득세에서 일부를 저소득층에 현금으로 주고 있다.
자녀장려금은 저소득층의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것으로 자녀 나이가 만 18세 미만이고 소득과 재산이 일정 수준을 밑돌면 자녀당 연간 50만원씩 주는 제도다. 인구 구조 변화로 지난해 자녀장려금을 받은 가구는 100만 가정이 붕괴됐다. 92만6,344가구로 시행 첫해인 2015년(107만4,814가구)보다 13.8% 줄었다. 지급 총액도 1,000억원가량 줄어든 5,606억5,700만원이었다. 국세청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만 18세가 된 사람은 약 60만명인 데 반해 태어난 아기는 40만명대 초반에 그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저소득층 가정에 최대 연간 230만원을 지급하는 근로장려금은 50대 이상을 중심으로 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인구가 1,000만명에 육박한 60세 이상에 지급된 근로장려금은 2010년 47억6,800만원에서 지난해 2,626억8,400만원으로 약 55배 폭증했다. 50대 지원액도 2010년 388억8,900만원에서 지난해 3,034억3,500만원으로 약 8배 늘었다. 인구가 831만5,634명으로 6년 사이 23.2%나 불어난 것이 컸다. 같은 기간 40대 지원액도 14.2% 증가(2,442억7,600만원에서 2,788억8,000만원)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50대와 60대 인구수의 증가 추세를 감안할 때 앞으로 장년층에 대한 근로장려금 지급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반면 39세 이하에 대한 근로장려금은 크게 줄었다. 가장이 39세 이하인 가정이라도 배우자가 있고 소득이 낮으면 근로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 30대 지급액은 2010년 2,307억2,900만원에서 지난해 1,553억2,800만원으로 32.7% 쪼그라들었다. 30대 인구는 2010년 826만4,820명에서 지난해 766만2,744명으로 7.3% 줄었다. 20대 근로장려금 지급액도 274억7,800만원으로 30.1% 감소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