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투키디데스 함정'

0515A38 만파


기원전 433년 코린토스의 식민지였던 케르키라가 독립을 시도하자 아테네가 지원을 하고 나섰다. 이에 코린토스가 스파르타에 도움을 요청했고 펠로폰네소스동맹 세력은 기원전 431년 아테네가 주축이 된 델로스동맹을 상대로 전쟁에 돌입했다. 두 동맹이 그리스 지배권을 놓고 27년간 혈전을 벌였던 펠로폰네소스전쟁이다. 이 전쟁은 겉으로는 아테네가 코린토스와 케르키라의 싸움에 개입하면서 일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스파르타와 아테네 간의 힘겨루기 때문이다.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신흥강국 아테네의 부상과 기존 패권국 스파르타의 불안감이 펠로폰네소스전쟁을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여기서 급부상한 신흥 강대국이 기존 세력판도를 흔들면 결국 무력충돌로 치닫게 된다는 ‘투키디데스 함정(Thucydides Trap)’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처럼 세계에서 패권국 지위가 바뀌는 과정은 전쟁을 통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여기에도 예외는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에서 미국으로 패권이 넘어간 경우가 대표적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전쟁을 통해 수많은 희생자가 발생하는 비극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와의 회담을 통해 절제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이후 대서양헌장 채택과 브레턴우즈 체제를 통해 미국 중심의 질서가 탄생했다.

관련기사



한동안 잊힌 투키디데스 함정이 또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은 오는 6~7일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 때문이다. 중국의 꿈(中國夢)을 내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미국 우선주의’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 핵 도발과 대만 문제, 무역 등과 관련해 상대국을 최대 장애물로 간주하며 연일 으르렁거리고 있다. 어느 하나라도 삐끗하면 두 강대국 간의 충돌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와 시진핑이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과연 투키디데스 함정을 피할 수 있는 솔로몬의 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오철수 논설위원

오철수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