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시각] 목 타는 대한민국

김경훈 디지털미디어부 차장



‘상온에서 색·냄새·맛이 없는 액체. 화학적으로는 산소와 수소의 결합물이며 천연으로는 도처에 바닷물·강물·지하수·우물물·빗물·온천수·수증기·눈·얼음 등으로 존재한다.’

백과사전에 나와 있는 물(water)의 사전적 의미다. 주관식 시험문제의 답안처럼 딱딱한 느낌이라 물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선뜻 와닿지는 않는다.


하지만 ‘생명의 원천’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는 물의 중요성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아주 오래전부터 인식돼왔다. 우주 만물의 생성 변화를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는 동양의 오행론을 들여다보면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이 바로 물(水)이다.

서양에서는 철학적 사고를 처음으로 시도해 자연철학의 시조로 불리는 탈레스가 만물의 근원을 물이라고 강조했다. 고대문명의 발상지가 모두 큰 강을 끼고 있었던 데서도 알 수 있듯 인류는 물과 함께 시작하고 발전해왔다.


물은 지역적으로 편중돼 있어 어떤 곳에서 물의 양이 급변하면 어김없이 재난이 발생한다. 그래서 물을 다스리는 일, 즉 치수(治水)는 예로부터 정치의 근본이 돼왔다. 중국 요순시대에 우(禹)임금은 황허 등의 큰 물에 제 갈 길을 열어주면서 홍수를 잘 다스린 공로로 왕위를 물려받아 하(夏)왕조를 열었다. 조선시대 초기 태종은 한양으로 천도한 뒤 시내를 흐르는 청계천이 범람하자 개천도감을 설치하고 돌로 둑을 쌓는 국가적 사업을 벌였다. 그만큼 물이 국가의 흥망과 관련된 중요한 요소라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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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한 나라의 문제를 넘어서 물로 인한 국제분쟁이 갈수록 늘고 있다. 21세기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물 때문일 것이라는 경고가 나올 정도다.

우리나라는 물 사용 가능량으로 따지면 물 부족 국가에 속한다. 강우량은 많지만 계절과 지역별로 편차가 심한데다 급경사가 많은 지리적 특수성 때문이다. 하지만 물건을 헤프게 쓰거나 돈을 흥청망청 낭비할 때 ‘물 쓰듯 하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이런 심각한 상황을 실감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 때문에 전혀 주목받지 못하고 스쳐 지나간 지난달 22일은 ‘세계 물의 날’이었다. 지난 1992년 유엔이 날로 심각해지는 물 부족과 수질오염을 막고 물의 소중함을 되새기기 위해 만든 날이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이 이번 세계 물의 날에 맞춰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36개국이 물 부족으로 고통을 겪고 있고 오는 2025년에는 세계 인구의 3분의1이 먹는 물이 없어 고통을 받게 된다.

비단 그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 봤자 답이 안 나오는 살림살이와 장기 불황 속의 ‘역대급’ 실업률, 맘 놓고 숨 쉬기조차 겁나는 미세먼지까지. 목 타는 일이 하도 많아 물의 소중함이 절로 떠오르는 요즘이다.

styxx@sedaily.com

김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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