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그 클라크 영국 비즈니스·에너지·산업부 장관이 자국의 원전 프로젝트와 관련해 한국전력에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클라크 장관은 5일 서울 중구 주한영국대사관 관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영국 정부는 한전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원전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것을 관심 있게 봤다”며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프로젝트의 잠재적 투자자로서 한전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4일 방한한 클라크 장관은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조환익 한전 사장과 만나 한전의 무어사이드 프로젝트 투자 등에 대해 논의했다.
무어사이드 프로젝트는 새로운 세대의 원자로를 건설하려는 영국의 신원전 프로젝트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를 이끄는 일본 도시바가 재무적으로 어려움에 빠지면서 사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 도시바는 무어사이드 원전 건설 개발사인 누젠(NuGen) 컨소시엄의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전이 유력한 매수자로 떠오른 상황이다.
한전도 영국 원전사업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도시바의 누젠 컨소시엄 지분 매각 관련 구조가 정해지면 가장 먼저 뛰어들 것이라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도시바의 수익 악화에서 보듯 세계 곳곳에서 원전사업에 뛰어든 업체들이 고전하고 있다. 높은 안전 기준 때문에 인가 등이 늦어지면서 당초 예상보다 공사기간이 길어져 금융비용과 건설비용이 눈덩이처럼 늘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전은 UAE에서 공사를 적기에 마친 경험이 있다. 영국 사업에 뛰어들어 적기에 공사만 마치면 수익을 낼 수 있는데다 선진국 시장에 진출한 이력을 바탕으로 세계 원전 시장에서 명성을 높일 수도 있다.
클라크 장관은 “한전의 무어사이드 원전 프로젝트 참여는 (민간 컨소시엄인)누젠에서 정해지는 것”이라며 “한전의 참여가 결정된다면 적극적으로 추가(지원 방안 등을)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국이 한국과 우호적인 통상관계를 이어가겠다고도 밝혔다. 그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이후 한국과의 관계와 관련해 “통상관계를 적극적으로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는 “앞으로 2년간 EU 회원국으로 남아 있으니 탈퇴 이후의 관계는 추후 논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클라크 장관은 “한·영 관계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있다”며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에 더욱 글로벌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클라크 장관은 “제품과 서비스 교류뿐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양국 관계가 확대되고 있다”며 “문화, 연극, 문학 등에서도 더욱 깊이 있는 관계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클라크 장관은 이날 늦게 영국으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