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유전학을 결합한 조어인 광유전학은 빛으로 세포 내 단백질의 여러 기능을 조절하는 기술을 총칭한다. 2005년 스탠퍼드대의 칼 다이서로스 교수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이 시초로 그 역사가 15년이 채 안 된 신종 학문이다. 다이서로스 교수팀은 빛을 받으면 채널이 열리고 빛이 없으면 닫히는 단세포 녹조류의 단백질 ‘채널로돕신’ 유전자를 생쥐의 신경세포에 삽입해 빛을 쬐어주는 것만으로 신경세포를 활성화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그동안 실험을 위해 생쥐에 약물을 먹이거나 뇌에 전기봉을 직접 꽂아넣어야 했던 과학계로서는 안전하게 타깃 세포에만 정확히 작용하는 이 기술에 열광했다.
허 교수는 “몸에 해롭지 않은 것은 물론 강도나 크기 조절을 아주 세밀한 단위까지 할 수 있는 점 등에서 빛이 도구로서 가지는 장점은 대단히 많다”며 “뇌에 대한 연구는 물론 생명을 탐구하기 위한 가장 강력한 도구”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6년 세계경제포럼이 선정한 미래 10대 유망 기술로도 꼽힌 광유전학은 학문·기술을 선점하려는 연구자들로 인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분야이기도 하다. 실제 허 교수는 생체 내 칼슘이온 조절 기술을 개발하던 중 해외 다른 연구팀 2곳이 같은 아이디어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소 맥이 빠지기도 했다.
허 교수는 “기본 아이디어가 서로 흡사한 것을 보고 ‘내가 늦었구나’ 하는 안타까움이 컸는데 해당 연구팀의 논문을 확보해 테스트해보니 우리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강력하며 정밀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경쟁그룹의 논문은 세포 수준의 적용에 그쳤는데 우리 팀의 경우 동물실험까지 해냈다는 점에서 훨씬 앞서나갔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허 교수의 성취는 뇌 속 신경세포(뉴런) 활성 조절에만 국한됐던 광유전학 기술을 세포 내에 존재하는 수많은 신호전달 단백질을 조절하는 데까지 확장했다는 데 있다. 현재 광유전학의 주류인 채널로돕신 단백질 활용 기술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단백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는 연구그룹은 허 교수팀이 국내에서 유일하다. 허 교수팀의 실력은 국제적으로도 선두권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허 교수는 “생명공학에서 가장 뜨겁고 강력한 연구로 ‘유전자 교정’이 꼽히지만 광유전학의 중요성 역시 결코 뒤지지 않는다”며 “아직은 연구를 위해 생쥐 등 동물에 적용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치료 목적의 실용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