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오른팔’인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 겸 수석고문이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전격 배제됐다. 정권의 핵심 실세로 알려진 ‘극우’ 배넌의 입지가 흔들리면서 백악관의 역학구도는 물론 미국 안보정책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5일(현지시간) 워싱턴타임스(WP) 등 미 언론들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최측근인 배넌 수석전략가의 NSC 상임위원 직위를 박탈했다고 보도했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조지프 던포트 합참의장과 댄 코츠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당연직위원으로 NSC에 복귀시켰다.
배넌을 NSC에서 배제한 사람은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안보팀 운영의 전권을 받은 허버트 R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의 한 고위관리는 “맥매스터 보좌관이 결정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승인했다”고 말했다. 미 언론들은 배넌 수석전략가와 맥매스터 보좌관 사이에 벌어진 주도권 싸움에서 맥매스터 보좌관이 승리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NSC 장관급회의(PC)의 의장 권한도 국가안보보좌관과 국토안보보좌관 등 2인 체제에서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1인 체제로 바뀌었다.
배넌은 지난 1월28일 NSC 장관급회의의 상임위원으로 임명됐으나 과거 인터넷 매체에서 극우운동의 선봉에 섰던 점과 안보 문외한이라는 지적 등이 더해지며 줄곧 자질 시비에 시달려왔다. 여기에 배넌이 주도한 ‘반(反)이민 행정명령’이 미 법원에서 잇달아 좌초되면서 백악관 내 입지가 급격히 좁아지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입지가 약화된 배년이 NSC에서 밀려난 결정적 이유는 백악관의 또다른 실력자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와의 갈등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주요 언론들은 이번 NSC 개편으로 백악관 역학구도에 변화가 예상된다며 배넌이 수석전략가 겸 수석고문 직함을 유지한다 해도 그의 위상과 입지는 크게 약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조직 장악에 성공한 맥매스터 보좌관의 영향력은 급속히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소식통은 “달라지는 백악관 역학구도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안보 기조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며 “극우 성향인 배넌 대신 ‘강골 군인’인 맥매스터 보좌관의 목소리가 미 외교·안보정책에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