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아파트 회계감사 결과를 감리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해 마련한 비리방지 시스템이 제대로 작용하는지 검증하기 위한 후속조치다. 감리 결과에 따르면 A회계사는 같은 회계법인 소속 보조회계사 5명과 함께 6개월 동안 무려 192개 아파트단지의 회계감사를 맡았다. 아파트 1곳의 회계감사를 하는 데 평균 0.6일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 중 한 단지 수임료는 고작 10만9,000원이었으니 회계감사를 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사정이 이러니 장기수선충당금을 빼돌렸는지, 공사계약이 제대로 됐는지 알 길이 없다. A회계사가 맡은 192개 아파트 가운데 170곳이 회계감사 불량 판정을 받은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아파트 회계감사는 관리비를 쌈짓돈처럼 빼내가는 비리를 막을 최후의 장치다. 하지만 회계감사를 의뢰한다 해도 이처럼 엉터리로 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는지 모르겠다. 일선 지방자치단체가 회계감사 결과를 점검한다지만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감리기능을 맡기에는 역부족이다. 회계감리가 1회성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비리근절의 성과가 가시화하고 지자체의 감독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때까지 지속해야 한다. 비용과 시간이 문제라면 아파트 표본을 줄이면 될 일이다. 주민자치회도 제값을 주고 제대로 감사하는지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을 기울여야만 비리 아파트의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