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의 돌풍에 한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6일 이같이 위기감을 토로했다. 시중은행들은 인터넷은행 출범에 맞춰 모바일뱅크를 강화하는 등 나름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출범 4일째인 이날 10만명이 가입하는 등 고객들이 반응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는 수준을 넘어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을 고백한 셈이다. 인터넷은행이 시중은행 고객까지 집어삼키는 ‘고객 블랙홀’이 미래 일이 아니라 당장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실감하는 것이다. ★본지 4월6일자 1·4면 참조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은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인터넷은행 대응전략을 미리 준비해놓고 있고 다양한 금리상품을 출시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 행장은 최대 200만원 한도 무이자대출 상품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케이뱅크가 고객을 빠르게 흡수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시중은행이 무이자대출까지 검토한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는 처음이다. 함 행장은 “(케이뱅크와의) 금리 경쟁을 위해 우리가 다 대응해나갈 것”이라며 “우리는 무이자대출 상품도 있다”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은 대출한도를 2,000만원 이상으로 설정하면 200만원까지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상품을 내놓았지만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이를 ‘메인 상품’으로 꺼내 들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200만원 한도에서 무이자대출을 해주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를 통해 케이뱅크로 넘어가려는 고객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함 행장은 “직장인의 경우 대출금리를 1%만 받는 상품도 있다”며 다양한 금리상품으로 고객 이탈을 저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특히 최근 론칭한 모바일브랜치를 통한 신규 계좌 개설 시간도 다음달부터 5분 내로 단축할 계획이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인터넷은행과 수익기반이 다르기 때문에 전적으로 (인터넷은행을) 따라갈 수는 없지만 일회성 우대금리 상품을 내놓을 것”이라며 고객 이탈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내비쳤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으로 변화의 속도가 빠름을 다시 한번 체감했다”면서 “과거의 방식은 과감히 정리하고 경쟁력 있는 상품뿐 아니라 디지털 시대에 맞춰 국내 거주 외국인 등 고객층을 확대할 수 있는 상품도 고민하고 있다”고 위기감을 토로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을 이용해본 고객이라면 편리성 때문에 기존 은행에 ‘좀 더 쉽고 편리한 금융 서비스’를 요구할 것”이라며 모바일뱅크 강화 전략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실제 우리은행은 7일 2%대 예금상품을 전격 출시한다. 저금리와 편리성을 앞세운 케이뱅크가 무서운 속도로 신규 고객을 빨아들이고 있는 만큼 방어에 나선 것이다.
윤종규 KB국민은행장도 “인터넷은행의 금리 경쟁력을 보면서 더 다양한 대출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중은행들의 수수료 인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수익축소를 각오하더라도 기존 고객을 잡아놓고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김도진 기업은행장은 “금리혜택 상품보다 오히려 수수료 인하에 더 여지가 있을 것”이라며 “환율 등 추이를 보면서 (송금) 수수료 등을 인하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는 오는 6월 출범하는 2호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송금수수료를 시중은행의 10분의1만큼만 받겠다고 선언하자 시중은행들도 수수료 인하 경쟁에 본격적으로 가세하겠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케이뱅크에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수신금리는 올리고 여신금리는 내리면서 수수료 인하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장들은 인터넷은행과 인건비·영업구조가 다르다는 것을 전제하면서도 인터넷은행에 대항할 수 있는 금리 혜택과 수수료 인하 등으로 맞불을 놓는 전략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경섭 농협은행장은 “인터넷은행이 은행권에 ‘막내’로 들어온 상황에서 이 막내들이 바꿔놓을 트렌드에 기존 은행인 형들도 긴장하고 있다. 은행들도 간편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모바일뱅킹 방향도 ‘간편’으로 빨리 대응하도록 할 것”이라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한편 케이뱅크 출범 4일째인 이날 오후 가입자 수가 10만명을 돌파하는 등 돌풍을 이어갔다. 지난 3일 0시 이후 1분당 평균 21명이 계좌를 개설한 셈이다. /김보리·조권형·이주원기자 bor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