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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톡] ‘신양남자쇼’, 혜리 복권 몰래카메라…타깃은 시청자?

결과적으로 ‘거짓’이었다. 걸스데이 혜리가 방송 촬영 중 복권에 당첨된 상황에도, 소속사가 한 매체를 통해 ‘2,000만 원에 당첨된 건 사실’이라고 전한 데에도 진실은 없었다. 방송과 기사를 본 사람들은 결국 두 번이나 속은 셈이 됐다.

걸스데이 혜리는 지난 6일 방송된 Mnet ‘신양남자쇼’에서 2,000만 원짜리 복권에 당첨됐다. 믿지 못하던 혜리는 곧 “내 거야” “나 안 해” 등 귀여운 반응을 보이며 스튜디오를 뛰어 다녔고, 방송은 그 상태로 끝이 났다. 복권 당첨에 대한 어떠한 부가 설명도 반전도 없었다. 시청자들은 방송 중에 이런 일도 다 있다며 놀라워했고, 2,000만 원이라는 적지 않은 금액에 부러움도 나타냈다.




/사진=Mnet ‘신양남자쇼’/사진=Mnet ‘신양남자쇼’


여기에 더욱 불을 지핀 것은 소속사의 멘트. 드림티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방송 중에 복권에 당첨된 건 사실”이라며 ‘몰카 가능성’을 차단했다. 소식은 빠르게 퍼져나갔고 ‘혜리’와 ‘혜리 복권’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정반대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소속사가 다시 확인한 결과 복권 당첨은 몰래카메라였다는 것. 소속사는 “우리도 잘 몰랐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깜빡 속을 정도였다”고 전했다.

‘신양남자쇼’ 측에서도 비하인드 영상을 올리며 해명했다. 영상에서 MC 양세형은 혜리에게 “복권에 ‘양남자 정보기술’이라고 써있다”며 몰래카메라임을 밝혔고, 혜리는 원망하는 반응을 보였다. ‘신양남자쇼’는 영상과 함께 “걸스데이 혜리 복권 당첨 몰래카메라 관련하여 시청자 여러분들께 혼란을 드려 사과드린다. 앞으로 제작에 더 주의를 기울이겠다”는 사과도 전했다.


일련의 사태가 ‘노이즈 마케팅’이라면 일정 부분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다. ‘신양남자쇼’는 한 포털사이트의 예능프로그램 일간검색어 순위에서 하루 만에 82계단이나 상승했다. 그러나 화제성과는 별개로 시청자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시청자들은 번복되는 ‘진실’에 혼란스러워했고, 그런 혼란 속 혜리는 잠시나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2,000만원 복권에 당첨됐다는 것에 대해 ‘당첨금은 기부할 거냐’ ‘상대적 박탈감이 든다’ 등의 이야기를 들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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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프로그램이 재미를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몰래카메라는 재미 추구를 위해 즐겨 사용되는 소재다. 1990년대 인기를 끌었던 ‘이경규의 몰래카메라’부터 최근 방송 중인 ‘은밀하게 위대하게’, 이외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소소한 ‘속이기’는 이어져 왔다. 중요한 것은, 선을 넘지는 않아야 한다.

‘신양남자쇼’는 ‘시청자를’ ‘2주 동안’ 속이려 했다. 흥미와 화제성을 위해, 속이는 대상을 출연자가 아닌 일반 대중으로 확장한 것이다. 프로그램이 간과한 것은, 모든 일에는 책임이 따른 다는 사실이다. 혜리에게는 몰래카메라라는 것을 그날 녹화에서 바로 공개했지만, 시청자들을 상대로는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시청자들을 웃기기 위해 몰래카메라를 진행한 것이라면, 사실을 공개할 때 그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먼저 고려했어야 한다.

그것이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감이다. 아무리 악의가 없다고 하더라도 시청자를 기만하거나 혜리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없어야 했다. ‘신양남자쇼’는 한 마디로 선을 넘었다. 모든 사실이 밝혀진 후, 기분 상하는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몰래카메라의 잠재적 룰을 어겼다. 방송사와 소속사는 방송이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미리 고려하고, 입장을 번복하는 일이 없도록 사전에 합의를 했어야 한다. 그러지 못했기에, 웃기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이 웃음은커녕 아쉬움만 남기게 됐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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