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론 ‘데비’가 세계 최대 석탄 생산기지인 호주 동북부 지역을 강타하면서 국내 고로(高爐·용광로)사들의 원료탄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호주의 연간 원료탄 수출 중 10분의1 규모인 1,500만~2,000만톤의 생산 차질이 예고되자 호주산 원료탄 가격은 수직 상승했다.
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톤당 266달러로 정점을 찍었던 호주산 원료탄 가격이 연초 들어 진정세를 보이다 최근 사이클론이 호주 동북부 퀸즐랜드를 강타하면서 재차 급등했다. 사이클론이 발생하기 전인 올 1·4분기 톤당 168달러였던 원료탄 평균 가격은 사이클론 발생 직후 241달러(5일 기준)까지 치솟았다.
사이클론으로 주요 탄광과 터미널을 연결하는 철로가 파손되면서 원재료 운송이 사실상 막힌 탓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고로 업체들은 원료탄과 철광석을 용광로에 넣어 쇳물을 만든다. 원료탄은 호주와 북미 등의 지역에서 들여오는데 품질이 가장 좋은 것으로 평가되는 호주산 비중이 제일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료탄 가격 급등으로 고로사들의 원재료 수급 여건이 꼬이게 됐다. 지난해 급등했던 철광석과 원료탄 가격이 올 들어 겨우 진정됐는데 또다시 원료탄 가격이 치솟으면서 현지 석탄 채광 업체들과의 공급 계약도 난항을 겪고 있다.
통상 고로사들은 분기 혹은 반기 계약과 스폿 계약을 병행하며 수입 물량을 조절한다. 분기·반기 단위 계약을 통해 일정 물량을 주문해놓고 추가 필요분은 스폿 계약으로 그때그때 사들이는 ‘투 트랙’ 방식이다.
하지만 스폿 가격이 치솟으면서 2·4분기 원료탄 공급 계약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료탄 가격이 호주 사이클론을 계기로 다시 치솟으면서 당장 2·4분기 계약 전략부터 다시 짜야 할 판”이라고 전했다.
사이클론 후폭풍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열연 제품에 대한 가격 인상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고로사들은 지난해 말 급등한 철광석과 원료탄 가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해야 한다며 열연 유통가격을 15만~20만원 단계적으로 인상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상반기 톤당 50만원가량의 국내 열연 유통가격은 올 초 톤당 77만원 수준으로 올랐다. 고로사로부터 열연 제품을 사들이는 철강재 유통업체들은 원재료 가격 상승을 반영한 제품 가격 인상을 마무리해달라고 토로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이클론이 열연 유통가격 하단을 떠받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1·4분기 철광석과 원료탄 가격이 하락하면서 시장에서 철강재 가격 하락 요구가 있었는데 이번 호주산 원료탄 수급 차질과 가격 급등으로 가격을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줄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