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제도

"매몰비용 어쩌나" 정비구역 직권해제 곳곳 부작용

330억 투입된 종로 사직2구역

역사·문화적 가치 이유로 해제

市 예산으로 손실 보조한다지만

조합측 주장 금액과 차이 불가피

피해 건설사도 조합 가압류할 듯

1015A28 사직2도시정비구역


서울시의 뉴타운·재개발 등 정비구역 ‘직권해제’ 정책의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해 역사·문화적 가치 보전이 필요할 경우 시장 직권으로 정비구역을 해제하도록 조례를 개정한 후, 이를 적용해 종로구 사직2도시환경정비구역을 직권해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사직2구역 주민들은 자신들의 의사와 무관하게 정비구역 해제가 됐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으며, 해당 지역 사업에 참여한 건설사는 손실이 예상되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을 전망이다.

9일 사직2구역 조합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지난 2009년 7월 시공계약 체결 이후 조합에 운영비 등으로 81억원을 빌려줬고, 조합이 구역 내 부지 및 건물 매입을 위해 금융기관에서 대출 받은 250여억원을 지급 보증했다. 사직2구역은 지난해 10~11월 종로구청의 주민 의견 조사에서 직권해제 반대가 48.7%로 찬성(15.9%)보다 훨씬 많았음에도 지난달 15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직권해제가 최종 결정됐다.


직권해제에 따라 그 동안 사직2구역 개발사업에 투입된 330여억원은 고스란히 매몰 비용이 됐다. 조합이 금융기관에서 대출 받은 250여억원과 롯데건설로부터 빌린 81억원을 갚지 못하면 롯데건설은 조합원 재산에 대한 가압류 조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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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서울시는 지난달 사직2구역 직권해제와 관련해 롯데건설에 “사업 추진주체 등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비사업 진행과정에서 발생된 조합의 사용비용(매몰비용)은 검증을 거쳐 지원이 가능하다”며 “구역해제 이후 매몰비용 문제로 인한 조합원 재산 가압류 조치 등으로 사업 주체 간 갈등이 증폭되지 않도록 적극 협조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별도 예산을 편성해 조합이 매입한 구역 내 부지 및 건물을 매입한다는 계획이지만, 문제는 나머지 매몰 비용이다. 지난해 개정된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사직2구역처럼 역사·문화적 가치 보전을 근거로 직권해제된 정비구역의 조합 운영비 등 매몰 비용에 대해서는 관할구청의 사용비용검증위원회에서 검증된 금액의 100%를 서울시 예산으로 보조하게 돼 있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관할구청의 사용비용검증위원회가 인정하는 금액과 조합 측이 주장하는 금액 사이에는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이유로 사직2구역 조합은 서울시가 부지 및 건물을 매입하더라도 나머지 매몰 비용은 제대로 돌려받지 못해 결국 롯데건설이 가압류 조치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조합측은 서울시, 종로구청에 손실보상 청구를 할 계획이다. 사직2구역 조합 관계자는 “서울시가 직권해제는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매몰 비용은 구청에서 결정하도록 조례를 만들어 책임을 피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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