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캐스팅보트



캐스팅보트는 원래 선거에서 유래했다. 대영제국 시절 선거운동을 감독하는 선거관리위원은 둘이나 다수의 후보가 동수의 득표를 했을 때 최종적인 결정을 하게 했고 이 권한을 캐스팅보트라고 불렀다. 실제 이 권한이 행사된 것은 1831년 영국 총선이다. 당시 정가의 가장 큰 이슈는 선거구와 선거제도 개혁이었는데 역설적이게도 개혁대상인 ‘썩은 선거구(rotten borough)’에서 편법으로 후보를 당선시키는 방법으로 캐스팅보트를 이용했다.


영국 선거제도의 일대 변화를 일으킨 ‘대개혁법안(Great Reform Act)’이 1832년 통과되면서 선거관리위원에 의한 캐스팅보트는 사라지게 된다. 개혁 법안의 핵심이 작게는 수십 명에서 최대 1만2,000명까지 차이가 나는 선거구 유권자수의 적정 균형을 맞추는 것이었다. ‘썩은 선거구’인 미니선거구를 없애 유력자들의 선거 영향력을 없애는 것이 취지였다. 이후 캐스팅보트는 영미 문화권에서 주로 의회에서 가부 동수일 경우 의장 등의 최종 결정 권한을 의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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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팅보트가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지역이나 진영 대결에서 제3 세력의 의미로 바뀐다. 지역적으로는 영호남 대결에서 주로 충청을, 진보·보수 대결에서는 중도나 양자의 지지층이 고루 분포한 연령대를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다고 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52석을 확보해 돌풍을 일으킨 김종필(JP) 총재가 주도하던 자유민주연합이 여러 의미에서 중첩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 주목받았다. 이후 여러 선거를 거치면서 캐스팅보트라는 말은 일반화됐다.

5·9 대통령선거에서는 보수층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진보진영으로 분류되는 문재인·안철수 등 양강 구도로 선거 판세가 구축된 데 따른 것이다. 지지 정당이나 후보를 상실한 보수층이지만 종국적으로는 선거 승패를 판가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캐스팅보트 담당 계층만큼이나 우리 정치지형의 변화무쌍이 현기증 날 정도다. /온종훈 논설위원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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