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위리안치’=문 후보는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한 ‘집토끼 사수’를 제1 선거전략으로 세운 것으로 분석된다. 안 후보의 우(右)클릭 행보와 비교하면 이런 모습은 더욱 두드러진다.
집토끼를 지키는 전략은 안 후보를 보수·적폐세력의 틀에 가둬버리는 데서 출발한다. 문 후보는 지난 7일 안 후보를 향해 “촛불민심을 외면하고 적폐세력의 지지를 받는 것이 진정한 정권교체냐”고 공격했다. 보수 유권자를 적으로 돌리는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 이런 발언을 내놓은 것은 진보층 결집이 오히려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안 후보의 우클릭 기조에 위기감을 느낀 진보·좌파 유권자들이 똘똘 뭉치면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게 쏠린 표심의 상당 부분이 문 후보 쪽으로 방향을 틀 것이라는 얘기다.
가시로 울타리를 만들어 죄인을 가두듯 안 후보를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옭아매는 ‘위리안치’ 프레임인 셈이다.
집토끼 사수 전략은 문 후보의 행보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7일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경쟁했던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을 만난 문 후보는 10일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회동한다. 민주당 지지층을 단단히 붙들어 매 대권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안철수의 ‘이안제문’=반면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빅 2’ 반열에 오른 안 후보는 중도·보수로 지지 기반을 넓히는 ‘확장행보’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중도·보수 표심은 민주당 경선이 끝난 후 안 후보 쪽으로 급격히 쏠리는 양상이다. 대연정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등 야권 주자 가운데 합리적이고 유연한 행보로 주목됐던 안희정 충남지사의 지지층 상당수가 문 후보가 아닌 안 후보 쪽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안 지사의 지지층을 흡수해 문 후보를 꺾겠다는 ‘이안제문’ 전략인 셈이다.
자강론을 바탕으로 구여권 세력과의 연대를 단호히 거부하면서도 일부 여론조사에서 대구경북(TK) 지역 1위 주자로 올라선 것도 이런 프레임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안 후보는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통합과 화합을 강조하면서도 문 후보를 향해서는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안 후보는 적폐세력의 지지도 많이 받는다’는 문 후보의 발언에 대해 “집권을 하면 지지하지 않은 국민을 적으로 돌리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대국민 선전포고”라며 “묵과할 수 없다. 이런 사고방식을 가진 정치인이 정치하면 안 된다”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문 후보는 섀도캐비닛(예비내각)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저는 오픈캐비닛을 만들겠다”며 “대탕평인사를 통해 새 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