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부동산 투자에 뛰어든 국내 증권사들의 인수 후 재매각(셀다운·sell down) 방식이 실패하며 미매각 물량이 발생하고 있다. 자칫 미매각 물량이 해외부동산 공모펀드로 나와 개인투자자들에게 리스크를 이전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나자산운용은 하나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 HMC투자증권(001500) 등과 노보노디스크 미국 본사 사옥을 4,000억원 가량에 인수해 3개 증권사가 1,700억원을 셀다운 하려 했지만 실패하며 700억원가량이 미매각 물량으로 남은 상태다. 한국투자증권도 지난해 12월 노바티스 프랑스 파리사옥에 대해 선매입 계약을 맺었지만 여전히 재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투자 리스크가 크다 보니 기관투자가들이 투자검토를 중단해 증권사가 미매각 물량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 애초 재매각 대상이던 행정공제회가 투자검토를 중단해 잔여물량이 1,000억원가량 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BNP파리바리얼에스테이트와 노바티스 파리법인 사옥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노바티스 신사옥의 총 매입가는 4,800억원으로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 2,300억원을 투자해 이를 인수하고 국내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에 사모펀드 형태로 재매각하는 방식을 추진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남은 물량을 사모펀드에 셀다운해 이달 중 매각을 완료할 계획이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미매각이지만 임대수익으로 손실이 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해외 부동산 투자 셀다운에 급브레이크가 걸린 것은 증권사 등 금융사들이 셀다운만을 믿고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투자했기 때문이다. 한정된 물량에 경쟁이 붙다 보니 인수금액도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국내 금융사들이 너도나도 해외부동산 투자에 뛰어들며 높은 금액에 베팅해 뒤이어 들어오는 연기금 등이 발을 빼고 있다”며 “셀다운 방식은 투자기간을 단축하는 장점이 있지만 인수 금융사가 물량을 팔지 못할 경우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사 등 해외부동산 투자 금융사는 부동산 인수 이후 평균적으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가 한 달 정도 유지되기 때문에 자기자본으로 선투자한 후 재매각을 실시한다.
금융시장의 변화도 셀다운 방식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이후 기관투자가들이 해외부동산 투자에 보수적인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자칫 이런 미매각 물량이 해외부동산 공모펀드로 나올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손실로도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 자산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기관 셀다운이 이뤄지지 않아 미매각이 났다면 문제가 있는 자산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