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진병건(가명) 씨는 휴대용 스마트폰 충전기를 호주머니에 상시 갖고 다닌다. 아침에 100% 충전된 배터리를 들고 나오더라도 퇴근 시간에는 방전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진 씨의 이 같은 번거로움도 ‘배터리 절감 기술(C-DRX·Connected mode Discontinuous Reception)’을 적용하면 해결이 가능하다.
KT(030200)가 12일 광화문빌딩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공개한 C-DRX 기술은 스마트폰을 주기적으로 저전력 모드로 전환시켜 배터리 사용량을 줄여주는 것이 기본 원리다. 기존의 네트워크 환경에서는 데이터 이용 중 스마트폰 모뎀과 통신사 기지국 간 통신이 끊김 없이 지속 돼 배터리 소모가 계속됐다. 하지만 C-DRX 환경에서는 데이터 송수신 주기에 따라 기지국과의 연결이 최적화 해 배터리 소모량을 줄일 수 있다.
실제 유튜브와 같은 스트리밍 방식의 동영상 서비스는 4초에서 10초 사이에 한번 씩 데이터를 전송한다. C-DRX는 이 같은 전송 주기 사이에 스마트폰을 슬립모드로 전환 시켜 배터리 소모량을 줄인다. C-DRX의 원리는 중대형 고급차량에 적용된 ‘ISG(Idle Stop&Go)’ 기술과 유사하다. ISG는 차량 정차 시 불필요한 엔진구동을 멈춰 연료 소모를 줄여 준다. ‘트렌드모니터’의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자의 79.9%가 배터리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으며 62.6%가 배터리 부족 및 방전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점에서 C-DRX 적용에 따른 효용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KT가 이번에 적용한 C-DRX는 이동통신 표준기관인 3GPP에서 제정한 기술로 이미 다수 글로벌 통신사들이 적용하고 있다. 실제 영국의 보다폰, 일본의 NTT도코모, 미국의 버라이즌·AT&T, 중국의 차이나모바일 등이 C-DRX를 적용 중이다. 문제는 한국의 경우 네트워크망이 잘 갖춰져 데이터 전송 시 손실률이 낮은 탓에 C-DRX를 적용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미래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데이터손실률은 0.06%로 미국(0.83%)이나 일본(0.34%)은 물론 전세계에서 가장 낮다. 실제 KT가 지난 2014년 C-DRX를 시범 테스트 했을 당시 △단말기 리부팅 △중계기 장비오류 △기지국 경계 손실률 증가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했다.
KT 측은 이 때문에 지난 2년간 삼성, 노키아, 에릭슨 등 각기 다른 통신장비 업체의 네트워크 상에서 △파라미터 도출 73회 △야간필드테스트 35회 △114종의 단말기 3,240시간 테스트 등의 C-DRX 최적화 과정을 거쳤다. 효과는 중고 스마트폰이 새로운 배터리를 장착한 것과 비슷하다. KT가 정보통신기술(ICT) 표준화 및 시험인증단체인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서 ‘갤럭시S8’ 모델을 통한 C-DRX의 배터리 절감 효과를 테스트한 결과 이용시간이 40% 가량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갤럭시S8에서 유튜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이용해 본 결과 C-DRX 미적용 시 최대 10시간 36분이 지속 된 반면, C-DRX를 적용하면 최대 14시간 24분이 지속됐다.
SK텔레콤 또한 C-DRX 기술을 지난해 5월 전국에 구축했지만 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만 서비스하고 있어 전국 단위로 서비스 중인 KT와는 차이가 있다. SKK텔레콤은 C-DRX 기술 작용을 점진적으로 전국에 확대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