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오리지널 의약품 판권 뺏기자 복제약으로 돌파구 여는 국내 제약사





글로벌 제약사의 오리지널 의약품을 유통하던 국내 제약사들이 판권 회수라는 악재에 맞서 발빠르게 복제약으로 눈을 돌리면서 기대 이상의 성적표를 거두고 있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앞세운 글로벌 제약사의 국내 직접 진출이 당분간 가속화할 전망이어서 복제약 선점을 위한 국내 제약사의 합종연횡도 활발해지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CJ헬스케어는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 MSD로부터 천식 치료제 ‘루케어’의 재계약 중단을 통보받았다. 루케어는 CJ헬스케어가 2011년부터 국내 유통을 전담해온 제품으로 연매출이 100억원을 넘을 정도로 시장에 안착했다. 판권 회수라는 위기에 내몰린 CJ헬스케어는 작년 하반기 자체 개발한 복제약 ‘루키오’를 출시하는 승부수를 던져 최근까지 50억원이 넘는 원외처방액을 기록했다.

대웅제약도 지난해 초 이탈리아 제약사 이탈파마코가 뇌기능 개선제 ‘글리아티린’의 국내 판권을 종근당에 맡기자 자회사 대웅바이오를 통해 복제약 ‘글리아타민’을 내놨다. 오리지널 의약품인 글리아티린은 연간 원외처방액이 600억원을 웃도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었지만 지난해 270여억원으로 매출이 쪼그라들었다. 반면 글리아타민은 35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복제약이 오리지널을 뛰어넘는 성과를 거뒀다.


JW중외제약의 소화불량 치료제 ‘가나톤’도 오리지널 의약품의 판권 회수에 맞서 성공을 거둔 제품으로 꼽힌다. JW중외제약은 지난 1998년부터 애보트로부터 가나톤을 도입해 한때 연간 3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효자 상품으로 키워냈다. 하지만 2015년 애보트가 국내 판권을 회수하자 복제약 ‘가나칸’을 재빠르게 출시해 지난해 가나톤보다 5배 이상 많은 실적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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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제약도 항암 치료제 ‘탁솔’의 판권을 빼앗기며 위기에 빠졌지만 재빠르게 경쟁사의 복제약을 출시하며 기사회생한 경우다. 보령제약은 지난 2011년부터 BMS로부터 탁솔의 국내 유통을 전담하며 한때 연간 25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BMS가 2015년 말 탁솔의 국내 판권을 회수하자 지난해 삼양바이오팜의 복제약 ‘제넥솔’을 전격 도입해 전년보다 매출이 80% 상승하는 성과를 거뒀다.

오리지널 의약품의 판권을 빼앗긴 국내 제약사들이 복제약을 앞세워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는 것은 오리지널 의약품을 유통하며 구축한 영업망과 노하우를 십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복제약이 오리지널보다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점과 기존 글로벌 제약사에 지급하던 각종 수수료와 로열티가 줄어든다는 것도 장점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제약사를 거치지 않고 직접 진출하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늘면서 오리지널 의약품의 판권 회수에 맞서 복제약을 확보하려는 국내 제약사들의 합종연횡도 활발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베링거인겔하임이 관절염 치료제 ‘모빅’과 파킨슨병 치료제 ‘미라펙스’의 국내 판권을 삼일제약으로부터 돌려받았고 로슈도 알보젠코리아를 통해 판매하던 여드름 치료제 ‘로아큐탄’을 올 1월부터 직접 판매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의 복제약 기술력이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면서 오리지널 의약품의 판권 연장에 매달리는 대신 복제약을 조기에 도입하는 전략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경쟁사의 복제약을 도입하는 사례도 늘고 있어 글로벌 제약사의 공세에 맞선 국내 제약사의 전략적 제휴 역시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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