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자본주의와 월가를 상징하는 ‘돌진하는 황소상’을 만든 조각가가 뉴욕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11일(현지시간) AP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뉴욕 월가의 한복판에 있는 황소상의 조각가 아르투로 디 모디카는 뉴욕시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의 대변인은 “모디카는 지난 3월 황소상 앞에 설치된 ‘겁 없는 소녀상’이 세계적으로 이목을 끌면서 자신의 예술적인 표현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디카가 문제로 삼은 ‘겁 없는 소녀상’은 ‘세계 여성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달 7일 새벽 황소상을 마주 보는 위치에 세워졌다. 조각가 크리스텐 비르발이 제작한 이 작품은 ‘남성 중심의 월가와 대기업의 경영진에서도 남녀평등이 실현돼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소송 ‘초강수’ 둔 이유는
자비 36만弗 들여 만든 황소상
소녀상 인기에 ‘거대 악’ 낙인
철거까지 연기되자 법적 대응
이탈리아 출신 조각가인 모디카가 뉴욕시를 상대로 소송이라는 초강수를 두기로 결정한 것은 뒤늦게 설치된 소녀상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면서 자신의 황소상이 ‘거대 악’과 같은 존재로 낙인찍혀버렸기 때문이다. 모디카는 1987년 미국의 주가가 대폭락한 ‘블랙먼데이’ 이후 증시호황을 기대하며 자비 36만달러를 들여 설치했다. 하지만 28년째 호황장의 상징이자 월가의 랜드마크로 인기를 누리던 황소상이 소녀상의 등장과 함께 졸지에 용감한 소녀가 맞서는 대상으로 전락해버리자 이에 발끈한 것이다.
소녀상은 애초 이달 2일 철거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동상을 존치시키라”는 시민청원운동이 3만명까지 늘어나자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내년 2월로 철거시한을 연기한 상태다.
모디카는 “소녀상은 오로지 대중의 이목을 끌기 위한 수작일 뿐”이라며 “4월2일 철거되지 않으면 소송도 불사하겠다고 경고해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