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위기에 몰린 국내 1호 시내 면세점 동화면세점이 지난해 1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내며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면세점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데다 설상가상으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중국인 관광객까지 발길을 끊으면서 인수 후보자조차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올 들어 입점 브랜드들마저 줄줄이 퇴점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연내 폐점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동화면세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동화면세점의 매출은 전년보다 10% 늘어난 3,549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2015년 15억 원 흑자에서 124억 원 적자로 돌아섰다. 순이익도 117억원 적자를 기록해 3년 만에 처음 적자를 냈다.
동화면세점은 지난해 상반기까지는 호 실적을 기록 중이었다. 면세점 업황 자체가 좋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스엠면세점, 동대문 두산타워면세점 등이 속속 개장하면서 타격이 컸다.
올해는 이보다 더 큰 적자 폭이 예상된다. 동화면세점에 따르면 올 초 루이비통과 구찌 등 동화면세점의 매출을 책임져 온 명품매장이 철수한 데 이어 베네피트와 루이까또즈, 제이에스티나 등 30여 개 브랜드가 줄줄이 문을 닫았다. 또 주말마다 광화문에서 이어진 촛불 집회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왔다. 여기에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유커가 크게 줄면서 매출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빠른 시일 내에 매각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폐점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급박한 상황이지만 현재로서는 매각 가능성이 희박하다.
일단 동화면세점 주식 19.9%를 보유하고 있으며 추가로 30.2%의 주식을 받게 된 호텔신라가 인수를 거부하고 있다. 동화면세점의 최대 주주인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은 지난 2013년 용산 프로젝트 투자 실패로 위기에 처한 롯데관광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호텔신라에 지분 19.9%(35만8,200주)를 매각하면서 3년 뒤 해당 지분을 되사는 풋옵션(매도청구권) 계약을 맺고 주식 30.2%(54만3,600주)를 담보 설정했다.
지난해 말 김 회장이 이자를 포함한 715억 원의 주식을 재구매하지 않으면서 담보로 설정한 주식까지 호텔신라에 넘어가게 됐지만 호텔신라는 지분 청산 금액을 돈으로 상환 받겠다며 지분 인수를 거부하고 있다. 협상이 안된다면 소송이라도 걸어서 금액을 되찾겠다는 입장이다.
설령 호텔신라가 인수를 원한다 해도 대기업인 호텔신라는 중소·중견면세점을 법적으로 소유할 수 없어 동화면세점의 최대주주가 될 수 없다. 요건을 갖춘 다른 인수자가 나타나더라도 매각은 쉽지 않다. 특허 사업인 면세업을 매각한 전례가 없어 당국과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동화면세점은 현재 한국 면세업이 처한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서울 지역 시내 면세점이 13개까지 늘어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데 주요 고객이었던 중국인들을 발길을 끊고 있어 수년 내에 추가로 문을 닫는 면세점이 나올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하다”고 우려했다. /박윤선·박준호기자 sepy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