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대선 국면에서 극우 후보인 마린 르펜에 대한 비판 외에는 정치적 발언을 자제해온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작심하고 입을 열었다.
이는 최근 급진좌파 진영 ‘프랑스 앵수미즈’의 장뤼크 멜랑숑이 두 차례 TV 토론의 선전에 힘입어 3위권까지 치고 올라온 이후 나와 파장이 주목된다.
12일(현지시간) 르푸앵과 르몽드 등 프랑스언론에 따르면 올랑드 대통령은 지난 주말 주간지 르푸앵의 전 편집장 프란즈 올리비에 기스베르와 인터뷰를 하고 “멜랑숑이 감정에 근거한 나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며 작심 비판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대선 레이스에 정책 대결은 보이지 않고 온통 스캔들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면서 멜랑숑의 선거운동 방식에 대해 “(멜랑숑의 방식이) 이성과 기본이 아닌 감정에 치우쳤다”면서 “나쁜 선거운동”, “현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등의 용어를 써가며 비판했다.
이는 멜랑숑을 ‘무책임한 극좌파 포퓰리스트’로 보는 사회당 주류의 인식을 그대로 대변한 평가다. 중도 및 좌·우파 진영은 르펜과 멜랑숑을 각각 극우와 극좌 포퓰리스트로 보고 있다. 르펜과 멜랑숑은 둘 다 자유무역과 유럽연합에 반대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멜랑숑은 무상의료, 월 3만3,000유로(3,900만원) 이상을 버는 사람들에게 세율 100% 부과, 유럽연합(EU) 조약 재협상, 반(反) 세계화 등 급진적인 공약들을 내걸고 현 중도좌파 정권에 실망한 좌파 유권자의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
올랑드 대통령의 한 측근은 르몽드에 “프랑스인에게는 선두 주자들을 쓰러뜨리려는 경향이 있다”면서 르펜과 멜랑숑이 결선에서 맞붙게 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올랑드 대통령은 자신이 발탁해 경제보좌관과 경제장관까지 시켰던 중도신당 에마뉘엘 마크롱에 대해서는 우회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는 “마크롱이 신당을 창당한다고 했을 때 말리지 않았다”면서 “정치에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마크롱에겐 적어도 대담한 측면이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르푸앵 인터뷰에서 마크롱을 지지하겠다고 공개 선언하지는 않았으나 “프랑스인들의 지성을 믿는다”며 마크롱에 대한 지지 의사를 에둘러 표명했다.
이와 관련해 올랑드의 한 측근은 르몽드에 “1차 투표를 하기도 전에 마크롱 지지를 선언할 경우 역효과가 날 것이라는 점을 대통령이 잘 알고 있다”면서 “1차 투표 종료 이후 그가 ‘전쟁’에 발을 담글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자신이 너무 일찍 마크롱 지지를 선언할 경우 역대 대통령 중 최저수준인 임기말 지지도가 마크롱에게 오히려 해가 될 가능성을 우려한 것이다. 이런 방침은 집권당 후보인 아몽을 배려한 조치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몽은 현재 멜랑숑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10% 안팎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올랑드 대통령은 이미 자신의 측근들에게 4월 23일 치러지는 1차투표에서 아몽이 결선에 오르지 못하면 곧바로 마크롱을 공개 지지해 중도파와 합리적 좌·우 진영의 표를 결집하는데 한몫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