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10년 만에 기업 경영권을 노린 적대적 인수합병(M&A)전이 펼쳐지고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회사 후지쯔(富士通)와도 연결된 이번 M&A는 주주 이익을 최우선에 두는 영미권과 달리 협력적인 기업관계를 중시해 온 일본에서 고유의 기업문화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되는 분위기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기계 제조 및 PC유통사업 소기업인 프리지어 마크로스(Freesia Macross)가 중견 전자회사이자 후지쯔의 오랜 협력사인 솔레키아(Solekia)의 경영권을 노리고 주식 인수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프리지어 마크로스는 자본금 20억엔(약 200억원), 연 매출 100억엔, 직원 38명의 소규모 회사다. 이 회사 회장인 사사키 베지는 올해 2월 적대적 M&A를 선언한 이후 솔레키아 주식에 44% 프리미엄을 붙인 주당 2,800엔에 매수하기 시작했다. 솔레키아는 연 매출 200억엔(약 2,000억원)으로 덩치는 훨씬 크지만 최근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어 시가총액은 순자산(34억1,000만엔)의 3분의 1 수준인 16억8,000만엔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사사키 회장은 FT에 “일본의 자본시장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회사의 자기자본이익률(ROE)가 15년간 0.5%에 머무는 상황에서도 경영진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솔레키아는 이대로 내버려두면 안되는 회사”라고 자신이 행동에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이렇듯 규모가 작은 회사가 자신보다 큰 회사 경영권을 탐내며 적대적 M&A 를 시도함에 따라 그 대상인 솔레키아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60년간 후지쯔와 거래해 온 협력사다. 솔레키아 이사회 멤버 가운데 네 명은 후지쯔 임원이라는 점도 두 회사 사이의 긴밀한 유대관계를 보여준다. 이에 따라 후지쯔는 프리지어 마크로스가 꺼내든 공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나섰다. 일본의 기업문화상 솔레키아의 경영권이 다른 이에게 넘어가면, 후지쯔와 솔레키아와의 관계도 예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후지쯔는 프리지어 마크로스가 첫 주식 매수에 나선 지 한 달여 후인 3월16일 솔레키아 주식을 80% 프리미엄이 붙은 주당 3,500엔에 샀다. 또 이 같은 과정이 두 달 동안 세 차례 반복됐다. 솔레키아의 주가는 이어지는 공격과 방어의 영향으로 두 달 사이에 2.5배 이상 급등했다. 솔레키아의 주식은 2월2일 기준 1주당 1,942엔이었으나 후지쯔의 세 번째 방어 매수(4월5일) 당시 157%의 프리미엄을 붙인 주당 5,000엔에 거래됐다. 13일에는 다시 급등하며 전날보다 11.35% 오른 주당 5,590엔에 장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