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연중기획 Safe Korea] 세월호 겪고도 불감증 여전…'안전은 비용 아닌 투자' 인식 바꿔야

도로·교량 등 노후시설 급증...지금이 안전 골든타임

서울지하철 운영 패러다임 '정시→안전운행' 전환

관련 산업 고성장...일자리·부가가치 창출 효과도



지난 3월18일 새벽 인천 소래포구 어시장에 대형화재가 발생했다. 한 좌판에서 누전으로 일어난 불은 삽시간에 천막을 타고 번져 260여개 좌판과 점포를 태웠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사고는 정부가 전국 전통시장 안전관리에 골몰할 때 일어났다. 대구 서문시장과 여수 수산시장 대형화재를 겪은 정부는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전국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안전진단을 실시한 뒤 올 1월17일 결과를 발표했다. 시장에 자동화재속보설비를 설치하도록 하고 가판대 천막을 기존 일반천막에서 방화천막으로 교체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하지만 소래포구 화재는 이러한 조치들이 깡그리 무시됐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당 폴리에스터 일반천막 가격은 3,000원인데 방화천막은 1만6,000원이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얼기설기 섞인 전기시설은 어쩔 수 없었다고 해도 각 점포가 방화천막에 얼마(점포당 7.8㎡ 기준 12만4,800원)만의 투자라도 했으면 피해를 최소화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1415A27 안전혁신


◇‘비용’ 아닌 ‘투자’로 인식해야=2015년 정부는 세월호가 침몰한 4월16일을 기려 ‘국민안전의 날’을 지정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았다. 세월호 참사가 우리 경제에 준 충격은 엄청났다. 문화·관광 산업은 올스톱됐고 일부 기업은 파산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참사가 없었으면 치를 필요가 없는 비용이었다.

전문가들은 안전한 한국을 만들기 위해 ‘안전’에 대한 인식을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안전처 관계자는 “안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부차적인 비용이나 규제로 보는 이중적 잣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월호 같은 후진형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안전이 곧 새로운 성장을 위한 ‘투자’라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대형사고든지 소소한 교통사고든지 사고가 발생하면 이를 복구하고 처음으로 돌리는 데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바로 안전과 직결되는 말이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은 “대형재난으로 수백~수천억원의 피해가 발생하는데 조금만 신경 쓰면 극복할 수 있다”며 “재난에 대비하는 것은 비용 같지만 투자라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지금이 바로 안전의 골든타임=안전 투자는 지금이 바로 ‘골든타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시설들이 현재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표현이기도 하다. 안전처에 따르면 도로·교량·터널· 항만 등 국내 주요 국가기반시설의 대부분이 1970년대부터 건설돼 현재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14년 9.6%였던 30년 이상 노후시설의 비중이 오는 2024년에는 21.5%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하철이다. 서울 지하철은 1974년 1호선을 처음 운행한 후 43년이 지났다. 서울시는 최근 지하철 1~9호선의 운영 패러다임을 ‘정시운행’에서 ‘안전운행’으로 바꾸고 내진설계 등 새로운 안전기준에 맞추겠다면서 2030년까지 7조8,000억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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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서울시는 형편이 나은 편이다. 문제는 지방이다. 최충익 강원대 행정학과 교수의 ‘한국의 대형재난 발생 특성에 관한 역사적 연구’에 따르면 2000년 이후 10명 이상이 사망·실종된 대형사고 중 서울 이외에서 발생한 사고가 96%를 차지한다. 인구의 20%를 점유하는 서울의 비중은 4%에 그쳤다. 서울시는 앞서 성수대교·삼풍백화점 붕괴 등 재난을 겪으면서 과감한 투자를 해 성과를 본 것이다.

최충익 교수는 “앞서 대형재난을 겪으면서 도시관리 시스템이 안정되고 시민들의 인식이 바뀐 것이 효과를 봤다”며 “지방도 사전학습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안전산업이 일자리·부가가치 창출=안전을 다른 각도에서 조망하면 무궁무진한 시장이 보인다. 안전 투자는 미래성장에 대한 투자이기도 하다. 안전처는 지난해 49만개 시설을 점검하는 ‘국가안전 대진단’을 벌였고 이를 통해 2만2,791개소, 1조8,385억원의 보수·보강 투자수요를 발굴했다고 공개했다. 이 투자수요가 모두 집행될 경우 약 1만9,000여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2015년 기준으로 재난안전산업 관련 기업은 총 4만9,694곳에 이른다. 이들 기업의 매출과 종사자 수는 각각 36조5,620억원, 32만882명 규모다. 다만 지금까지의 안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비슷하게 문제점도 안고 있다. 전체 기업의 50.5%가 2015년 이후 설립되는 등 경력이 짧고 또 70%가량은 연매출 10억원 미만으로 영세업체였다.

거꾸로 저성장 시대에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기후변화 등 크고 작은 재난 발생으로 전 세계 재난안전 산업은 앞으로 5년간 평균 8%씩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 안전산업 분야 전문가는 “첨단 안전산업이 사회를 든든하게 지키고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전에 대한 투자는 미래 세대와 성장을 위한 투자다. 초등학생들이 학교 앞에서 교통안전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찰청안전에 대한 투자는 미래 세대와 성장을 위한 투자다. 초등학생들이 학교 앞에서 교통안전 체험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찰청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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