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관계자는 이날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국민연금과 협상 여지가 100% 열려있다’고 발언한 직후 산은과 접촉해 진의를 파악하고 있다”면서 “우리도 산은과 협상 가능성을 열고 언제든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회사채의 최대 투자자인 국민연금은 지난 3월 23일 산은의 채무 재조정안에 동의하지 않으며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히 맞서왔다. 국민연금은 산은이 대우조선해양의 기초 정보인 실사자료 일부를 공개하지 않아 경영 전망을 신뢰할 수 없고 산은 등 채권단은 배를 건조하면 손실이 사라지는 선수금환급보증(RG) 형태여서 이미 투자금이 묶인 사채권자가 더 불리하다고 주장했다. 현 상태의 대우조선해양은 배를 지어 인도할수록 채권단의 RG 부담은 줄지만, 인도 대금이 비용보다 낮아 적자가 커지기 때문에 회사채 투자자의 손실은 늘어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채무 재조정안에 대해 채권단과 사채권자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며 17~18일 예정된 대우조선해양 사채권자 집회가 부결되고 법정관리의 일종인 프리패키지드플랜(P플랜)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투자위원회를 열어 최종 결정을 내리기 직전 양측이 협상을 거론하면서 뜻밖에 합의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가 흘러나오고 있다. 다만 양측이 현재까지 새 협상안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협상이 최종 결렬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산은은 회사채를 주식으로 50% 출자 전환하되 나머지 50%에 대해서는 상환 여력이 있으면 채권단보다 우선 갚도록 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출자 전환하지 않은 회사채에 대해 상환을 보증하거나 4월 21일이 만기인 회사채에 대해 만기를 유예할 테니 새 조정안을 만들자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