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12원 가량 하락했던 원달러환율이 소폭 반등했다. 원달러환율은 한 달 사이 1,110원에서 1,150원 근처로 올랐다 다시 1,120~30원 사이를 오가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놓는 발언과 정책에 따라 환율이 춤을 추며 방향성을 못 잡고 있다.
1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은 5원30전 오른 1,135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환율은 말 그대로 널뛰기를 하고 있다. 연초 1,200원을 웃돌았던 환율은 지난달 27일 1,112원까지 내리며 1,100원선이 붕괴될 것이라는 예측이 팽배했다. 하지만 미국이 이달 환율보고서를 통해 중국과 우리나라, 대만 등을 인위적으로 환율을 절하해 수출을 늘리는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전망에 이달 5일을 기점으로 약세로 돌아서 11일에는 1,145원까지 뛰기도 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우려가 커지면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위험이 높아진 것이 원화를 강세에서 약세로 방향을 돌리는데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6~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가진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는 대신 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게 유도하는 ‘딜(거래)’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달 초까지 원화강세를 이끌었던 환율조작국 우려와 북핵에 대한 리스크가 어느 정도 잦아들며 환율은 10일을 전후에 1,140원선 위로 올라선 상황이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13일(현지시간) 트럼프는 또 찬물을 끼얹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 달러화가 너무 강해지고 있다”며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다른 나라 통화가 평가절하돼 (무역 부문에서) 경쟁하기 매우 어렵다”고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의 구두개입에 12일 1,141원40전(종가)이었던 전날 11원70전 하락한 1,129원70전까지 낙하했다. 이날 환율은 전날 낙폭이 컸던 탓에 다시 오르며 1,130원대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원화의 방향은 여전히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날 한국은행이 최근 6개월째 이어지는 수출 호조세를 감안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1%포인트 높인 2.6%로 전망했다. 우리나라는 수출이 잘 되면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져 외환 건전성도 함께 높아진다. 이는 원화 강세를 이끄는 요인이다. 반면 미국이나 중국이 북한 문제의 해법이 마땅치 않아 강경책을 내놓으면 원화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반영해 약세로 기울 수 있다. 말 그대로 예측불허다.
이날 원엔환율(하나은행·9시 기준)도 전 거래일보다 4원48전 오른 1,040원19원전에 거래를 시작했다. 지난달 21일까지만 해도 1,000원선 밑에서 움직였던 원엔환율도 한 달 사이 50원 가량 널뛰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