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와 가짜뉴스, 그리고 침몰된 진실
“명절이 다가와도 즐겁지도 않고, 꽃이 핀다 해서 가슴이 설레지도 않고 인간으로서의 삶은 완전히 박탈당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희생자 故박수현 군의 가족들을 다시 만난 곳은 한적한 시골마을이었다. 수현 아빠는 세월호 유가족을 보는 따가운 시선을 피해 일부러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이사를 왔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93일. 그동안 세월호 유가족들은 어떤 일을 겪어왔던 것일까?
침몰했던 세월호는 긴 기다림 끝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이와 관련된 진실은 여전히 떠오르지 않고 있다. 진실 규명이 기약 없이 미뤄지는 동안 세월호 유가족들은 수많은 오해와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이는 세월호 특별법이 국민들이 낸 세금으로 유가족들의 평생을 보장하는 법이라는 것과 유가족들이 지나친 특혜를 요구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시작됐다.
소위 ‘가짜 뉴스’가 순식간에 퍼지고,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잘못된 소문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세월호 유가족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부정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과연 세월호에 대한 ‘가짜 뉴스’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세월호 인양과 함께 돌아와야 할 진실은 무엇인가?
이런 ‘가짜 뉴스’ 때문에 세월호 유가족들은 ‘시체 장사한다.’, ‘아이들의 죽음을 돈으로 보상받으려 한다.’는 등 무차별적인 비난을 받았다. 특히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해 46일 간 단식 투쟁을 벌였던 故김유민 양의 아버지는 ‘이혼 뒤 양육비도 주지 않았다’, ‘기저귀 한번 갈아 본 적 없는 아버지’라며 아버지로서의 자격을 논하는 사람들의 비난까지 감수해야했다. 심지어 단식투쟁을 하던 그의 앞에서 ‘폭식 투쟁’을 벌인 단체가 있을 정도였다. 제작진은 어렵게 폭식 투쟁을 처음 제안했던 당사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왜 그런 행사를 제안했냐는 물음에 그는 뜻밖의 이야기를 전했다.
한편, ‘궁금한 이야기 Y’ 제작진이 SBS 내부 빅데이터 시스템을 이용해 주요 SNS의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세월호에 대한 인터넷 여론은 특정한 시기에 돌변했다.
2014년 4월과 6월 사이 정부의 무능함과 무책임을 비판했던 여론이 7월과 8월을 거치면서 ‘지친다’ ‘특혜’, 심지어는 ‘빨갱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하며 급격히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이 시기는 故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의 수첩에서 언론을 대하는 전략 및 유민아빠에 대한 언급이 빈번하게 등장하던 시기와 공교롭게도 일치한다. 세월호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의 불씨였던 ‘가짜뉴스’는 누군가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낸 것이었을까?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깊고 검은 물속에 있었던 세월호와 함께 돌아와야 할 진실, 그리고 그 세월호와 함께 울었던 우리의 마음은 지금 어디쯤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본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