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르면 이번주 말 6차 핵실험을 강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도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을 내세우며 대북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높였다. 중국도 석유 공급 차단을 포함한 포괄적 제재 카드를 만지작거리고는 있지만 북한의 추가 도발 저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NBC 방송은 13일(현지시간)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르면 주말께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징후가 있다”며 “북한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확신이 있으면 재래식 무기를 활용해 북한에 선제타격을 할 준비가 됐다”고 보도했다. NBC는 이어 미국이 지난주 시리아 공습에 사용한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쏠 수 있는 구축함 2대를 한반도 인근 지역에 배치했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은 선제타격이 몰고 올 엄청난 후폭풍을 고려해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는 카드로 활용하는 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미 국방부는 NBC 보도에 대해 “극도로 위험하다”며 선제타격을 부인했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미 국방 당국자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선제타격은 위험이 크다”며 “북한을 설득하기 위한 많은 군사 옵션이 있다는 점을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 원자력공사 관계자는 이날 미국이 북한 핵시설을 타격할 경우 한반도와 중국·일본이 핵 오염 위협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비군사적 조치로 북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중국은 북한의 생명줄이라고 할 수 있는 석유 공급 차단을 비롯해 중국 내 북한 자산 동결과 국경지대 무역까지 전면 통제하는 포괄적 제재를 만지작거리며 대북 압박에 나서고 있다. 중국이 단둥에서 북한으로 이어지는 송유관을 차단할 경우 3개월 내 북한의 일상이 정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석유 공급 차단 조치는 강력한 대북 압박수단이다.
다만 원유 공급 중단에도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거나 대화 재개를 거부할 수 있는 만큼 중국이 이에 대비한 추가 수단을 동원해 단계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의 은행 내 북한 자산 제한, 국경지대의 북중 무역 전면 통제 등 포괄적이고 연쇄적인 압박조치에 나설 것이라는 의미다. 왕성 지린대 교수는 “만약 북한이 추가 핵실험 등의 도발에 나서면 중국은 북한에 원유 공급 중단뿐 아니라 식량 공급 축소에도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이 제재수단과는 별도로 북한을 대화 채널로 끌어내기 위해 특사 파견 등의 소통 노력을 기울일 가능성도 크다.
다만 미중 양국의 이 같은 노력이 실제 북한에 대한 억지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마이크 폼페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이날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열린 안보 간담회에서 북한의 핵 능력이 갈수록 고도화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선택지가 점점 축소되고 있다며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위기가 가까이 왔다”고 경고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뉴욕=손철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