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재한(45·가명)씨는 요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다. 평일 일과시간에는 2년제 대학 계약직 교직원으로 일하고 저녁에는 자격증 취득을 위해 일본어학원으로 달려간다. 주말에도 쉴 수가 없다. 부족한 생활비를 보충하기 위해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이씨는 “직장이 불안하니 수입도 일정하지 않아 하루하루가 가시방석”이라며 “얼마 전 아내에게 자격증 하나 따두라고 말한 후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한숨을 토했다.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직장인들의 일상이 갈수록 고달파지고 있다. 14일 서울경제신문이 의뢰해 이뤄진 BC카드의 8대 주요 업종 빅데이터 분석 결과 지난해 학원에 대한 카드 지출 증가율이 전년보다 7.2%포인트 증가한 34.4%로 가장 높았다. 예전 같으면 퇴근 후 귀가나 회식에 바빴을 30~40대가 이제는 스펙을 쌓으러 지친 몸을 이끌고 학원으로 향하는 것이다.
특히 30~40대의 소비 패턴이 눈에 띄게 변화했다. 지난 2015년 각각 24%와 18%를 넘어섰던 30대와 40대의 대형할인점 지출 증가율은 지난해 5.2%와 1.6%로 급락했고 상승곡선을 그리던 요식 업종 증가율도 3분의1토막이 났다. 반면 학원 지출 증가율은 30대가 54%에서 65%로, 40대가 36%에서 41%로 올라섰다. 먹고 입는 것은 줄여도 자기계발을 위한 투자는 아끼지 않는다는 의미다.
‘투잡’을 하거나 아예 직장을 나와 창업을 계획하려는 직장인도 늘고 있다. 지난해 대졸 이상 고학력의 부업 인구가 10만명을 넘어서고 서울 강남구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10여개 안팎이던 평생직업훈련학원이 최근 50~60개를 넘나드는 수준까지 급증한 이유다.
전문가들은 장기불황과 기업 구조조정, 일자리 감소로 정규직·비정규직 할 것 없이 고용불안에 시달리면서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는 직장인이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경수 한국개발연구원 인적자원정책연구부장은 “영업이익이 줄어든 기업들이 신규 채용을 줄이고 구조조정까지 겹치면서 직장인들 사이에 언제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일자리 감소 우려 역시 불안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듯하다”고 말했다. /탐사기획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