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태양절 北의 선택은] "美·中과 협상 주도권 우리가"...北, 유리한 '게임의 룰' 만든다

北 강대강 국면 조성은 핵보유국 지위 획득 의지

美 군사 옵션도 협상테이블 나오게 하려는 수단

일부선 "中 중재 북미대화 전개 가능성" 관측도

한성렬(가운데) 북한 외무성 부상이 14일 북한 평양에서 AP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 부상은 “미국이 무모한 군사훈련을 한다면 우리 북한도 선제공격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평양=AP연합뉴스한성렬(가운데) 북한 외무성 부상이 14일 북한 평양에서 AP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 부상은 “미국이 무모한 군사훈련을 한다면 우리 북한도 선제공격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평양=AP연합뉴스


한반도를 무대로 한 군사 충돌 위기가 정점을 향해 치달으면서 북한과 미국이 어떤 선택을 할지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항모 재전개 등 미국의 군사적 압박에 북한은 결국 14일 “미국이 선택을 한다면 우리는 전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이로써 한반도는 지난 1993년 1차 핵위기 이후 최대의 위기 국면에 돌입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15일 태양절(김일성 생일) 또는 인민군 창건 기념일(25일)을 전후한 북한의 추가도발 가능성이다. 북한이 도발할 경우 한반도 위기는 예측할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된다.

◇“핵보유국 지위 획득 의지 뚜렷”=익명을 요구한 외교안보 분야의 고위 당국자는 “북한은 파키스탄이 걸어온 길과 같이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뜻이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잇따른 핵과 미사일 도발은 미국으로부터 체제유지 보장과 경제적 이익을 이끌어내기 위한 협상 카드가 아니라 실제 핵 보유를 위한 질주라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과거 북한이 북미수교·북미평화협정을 원하는 시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면서 “김정은이 핵·경제 병진노선을 표방한 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더 이상 정치카드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6차 핵실험이 유효한 핵탄두 개발의 마지막 단계라고 보고 있다. 이를 성공하면 각종 미사일에 탑재할 만큼 충분히 작은 핵탄두를 만드는 능력을 갖췄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핵탄두 운반수단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3개의 축을 기반으로 개발하고 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ICBM. 6차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를 성공하면 북한은 미국 본토를 핵으로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국가가 된다. 한반도를 둘러싼 ‘게임의 룰’이 완전히 바꾸게 되는 것이다.



◇“트럼프는 유리한 환경서 협상하는 사람”=이에 반해 미국이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것은 의도된 협상 카드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외교가의 한 관계자는 “사업가 출신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리한 환경을 만든 뒤 상대와 협상해 원하는 것을 이끌어내는 기술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했다. 군사적 압박 강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언론 인터뷰를 통한 잇따른 경고 모두 유리한 협상 환경을 만들기 위한 사전 작업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물론 협상의 목적은 북한의 핵 포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행동은 중국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 하루빨리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을 스스로 제재해 북한의 돈줄을 조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북한 문제를 해결해주면 통상 부문의 딜(deal)이 훨씬 좋아질 것”이라며 중국이 협조하면 무엇을 줄 생각인지까지 미리 밝혀뒀다. 이 역시 비즈니스 협상의 경험에서 나온 전략적 행동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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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하겠다는 北…충돌 가능성은 낮아”=이런 가운데 한성렬 북한 외무성 부상은 14일 미국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무모한 군사작전을 한다면 선제타격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군사행동 징후가 뚜렷해지면 주한미군과 아시아지역 미군 시설 등을 먼저 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역시 현실성이 떨어진다. 안보 분야의 한 전직 고위 관료는 “북한이 미국을 공격하고 뒷일을 감당할 수 있겠냐”며 “트럼프에 대응한 언어적 공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북한은 신행정부가 출범한 미국, 대선을 앞둔 한국에서 최고 이슈의 주인공이 되는 데 성공한 만큼 4월 중 6차 핵실험과 ICBM 발사를 해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을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현재의 긴장이 점차 해소돼 협상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관측이 나뉜다. 안보 분야의 한 전문가는 “미국의 신대북정책 수립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북한 담당 라인업도 구축되지 않아 본격 협상은 어렵다”며 “뉴욕이나 제3국에서 하는 탐색적 대화 정도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한 사립대 교수는 “북중 간 물밑 채널에서 대화가 오가는 것으로 안다”면서 “중국이 중재하는 북미대화가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맹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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