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15일(한국시간) ‘주요 대상국 환율정책 보고서’에서 한국, 중국, 일본, 독일, 스위스, 대만 등 6개 국가를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본격적인 통상 제재가 가해지는 ‘심층분석대상국’이나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 나라는 없었다.
이번에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한 것은 미중 정상회담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정상회담에서 중국으로부터 대미 흑자를 축소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뒤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후 미국이 통상 정책 타깃 1순위인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는 이상 한국 등 다른 나라를 우선 문제 삼을 가능성은 적다는 분석이 나왔다.
환율조작국 지정은 피했지만 한국의 대미 흑자, 환율 정책에 대한 경고성 지적은 이어졌다. 미 재무부는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의 대미 흑자는 2016년 기준 277억달러로 양국간 지속적인 대규모 무역 불균형이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대미 흑자 규모를 축소 압력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통화 정책에 대해서도 국제통화기금(IMF)의 평가를 인용해 “한국 원화는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며 “내수 부진 극복을 위해서라도 원화 절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지난해만 한정하면 “한국 외환 당국이 환율 상승에 대응해 매도 개입을 실시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국은 한국이 환율 하락 방지를 위해 개입하는 것을 경고해 왔다.
이번 환율보고서 결과엔 미중 정상회담이란 특수한 요인이 영향을 끼쳤지만 향후 미중 관계가 악화되면 환율조작국 지정 리스크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다음 환율보고서는 올해 10월로 예정돼 있다.
한편 미국은 이번 보고서에서 관찰대상국 지정 요건을 일부 바꿨다. 미국은 △현저한 대미 무역흑자(200억 달러 초과)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GDP 3% 초과) △지속적 일방향 시장 개입(GDP 대비 순매수 2% 초과) 등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이 중 두 가지 요건에 해당되면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부터는 대미 흑자 규모와 비중이 큰 나라는 한 가지 요건만 충족해도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압도적인 대미 흑자 1위 국가인 중국을 지속적으로 견제, 압박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세종=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