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지난 20년 넘게 주요 7개국(G7)보다 빠르게 성장했지만 경제력 격차는 더 벌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리 경제의 혁신 수준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라 성장을 위해서는 경제의 환골탈태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6일 ‘국가지속성장지수 추정과 시사점’ 보고서를 내놓고 우리나라의 국가지속성장지수가 OECD 28개국 가운데 24위(0.443)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국가지속성장지수는 현대연이 OECD 국가경제평가를 참고해 경제와 사회, 환경의 조화를 포괄적으로 고려한 지속성장 개념을 토대로 혁신성장(3개 소분류), 안정성장(3개 소분류), 조화성장(3개 소분류)으로 나눠 지수화한 것이다.
평가 결과 현대연은 한국이 종합평가(24위)뿐 아니라 혁신성장과 안정성장, 조화성장 등에서 모두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특히 혁신성장 가운데 생산성혁신력은 28개국 가운데 28위로 최하위를 보였다고 현대연은 분석했다. 노동과 자본 투입대비 생산성을 의미하는 총요소생산성과 첨단기술 이용 가능성은 OECD 국가 가운데 중하위권으로 평가됐고 제조업 대비 서비스업 1인당 부가가치 비중은 28개국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인적혁신력의 경우 28개국 가운데 19위를 보였는데 GDP 대비 교육지출과 고급인력(취업자 1,000명당 연구인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기술혁신력은 12위로 OECD 평균(0.427)을 웃도는 0.465 수준이었다.
안정성장 가운데 내수창출력은 0.426으로 OECD 28개국 평균(0.477)을 밑돌아 19위를 기록했다. 이는 높은 상대적빈곤율(가처분소득 중위 50% 이하 비중)과 1인당 실질국민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됐기 때문이다. 외수확장력도 0.445를 기록해 평균(0.579)를 밑돌며 23위를 기록했다. GDP 대비 수출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와 무역협정 참여 건수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GDP 대비 외국인직접투자 비중과 정부의 효율성도 낮게 평가받아 투자환경도 28개국 가운데 19위로 저조했다.
사회적 갈등을 다루는 조화성장도 부진했다. 부패지수와 사회적 갈등, 정치적 안정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사회통합 수준이 28개국 중 25위, 분배시스템은 28개국 가운데 27위를 보였다. GDP에 비해 국민들이 부담하는 세금의 비율이 OECD 평균보다 상대적으로 낮은데 영향을 받았다. 온실가스와 도시 쓰레기 배출량 등이 고려된 환경적고려 부문에서는 18위를 기록했다.
현대연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980년대 8.8%, 2010년대에 3.4%로 선진국(G7)보다 각각 5.9%포인트, 2%포인트 높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경제력 1인당 GDP 격차는 1만570달러에서 1만7,839달러로 7,269달러 더 벌어졌다고 평가했다. 앞으로 우리 경제는 잠재성장률마저 2%대로 낮아질 전망이라 전방위적인 혁신 없이는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조언이다. 박용정 현대연 연구원은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제 전방의 생산성을 높이고 사회 통합 노력과 분배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면서 “안정적인 성장을 기반을 만들기 위해 민간 부문의 투자 활력과 내외수 창출력 또한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