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사건의 연속” (영국 이코노미스트)
“프랑스 역사상 가장 예측 불가능한 선거” (유로뉴스)
프랑스 대선 1차 투표가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결선에 진출할 두 명의 후보를 가늠하기 어려운 대혼전이 펼쳐지고 있다.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후보와 ‘제3지대’인 전진당 후보 에마뉘엘 마크롱의 양강 구도가 굳어지는 듯 보였던 판세는 극좌 성향의 장뤼크 멜랑숑 좌파당 후보의 막판 선전으로 다시 안갯속으로 빠졌다. 유럽 사회는 자칫 프렉시트(프랑스의 유럽연합 탈퇴, Frexit) 시행을 공약한 르펜과 멜랑숑이 결선에 진출하는 ‘양극단’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에 강한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프랑스 경제지 레제코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1위 자리를 다투고 있는 르펜 후보와 마크롱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이달 초보다 2~3%포인트씩 떨어진 23%와 22%를 기록했다. 반면 멜랑숑 후보의 지지율은 진보 성향 유권자들의 결집에 힘입어 17%로 치고 올라왔다. 프랑수아 피용 공화당 후보도 20%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제5공화국 헌법이 채택된 1958년 이후 처음으로 4파전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위인 르펜 후보와 4위인 멜랑숑 후보의 지지율 차가 고작 5%포인트밖에 나지 않는데다 부동층이 전체 유권자의 30%를 넘어 “결과를 예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기존 예상대로 르펜과 마크롱이 1·2위를 차지해 결선에 진출할 경우 60% 대 40%로 마크롱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지만 투표율이 2012년 대비 10%포인트 정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열성 지지자가 많은 르펜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진보 성향 유권자가 멜랑숑 쪽으로 결집하고 있어 막판 뒤집기가 일어날 수도 있다. 프랑스 여론조사기관 칸타르 소프레스는 친기업 성향의 노동법 개정 강행 등 사회당의 우파 정책에 실망한 진보층 유권자들이 멜랑숑으로 돌아서면서 사회당 지지층 포섭을 꾀했던 마크롱 후보에게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마뉘엘 봉파르 좌파당 선거본부장은 “1차 선거에서 어떤 결과든지 나올 수 있다고 본다”며 “(현재 상황을) 매우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언론들은 결선 투표가 르펜과 멜랑숑 간 대결이 될 경우 유럽연합(EU)과 유로존에 강력한 분열 위기가 올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레제코는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의 통화정책 결정권 독립을 주장하는 멜랑숑 후보를 ‘프랑스의 새로운 위험요소’라고 평가했다. 르펜 후보도 자국 화폐인 프랑 부활 등을 약속하고 있어 이들 중 누가 당선돼도 유럽 3대 경제대국의 유로존 이탈에 따른 유로화 불안 리스크가 고조될 수밖에 없다.
프랑스의 소시에테제네랄은행은 “르펜과 멜랑숑의 경쟁은 최악의 시나리오”라며 “(유로화 가치 하락 등으로) 유럽 경제 안정을 위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U 전문 싱크탱크인 브뤼겔의 그레고리 클레이 연구원도 “프랑스의 ECB 독립을 EU 회원국들이 가만히 보고 있지는 않겠지만 만일 가치가 낮게 형성된 프랑이 부활한다면 2015년 그리스 위기 당시처럼 금융시장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