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쌀 공급을 줄여야 가격 안정..."한시적 쌀 생산 조정제 도입 필요"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 본지 단독 동행인터뷰

수확기 벼 매입비중 2020년 47%까지 끌어 올릴 것

농촌 태양광 또 다른 수익원...가구당 5,000만원 수익 달성

지난 14일 경기도 이천시 율면 본죽리에서 열린 ‘2017년 범농협 전국동시 영농지원 발대식 및 농촌일손돕기’에서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트랙터 작업을 하고 있다./이천=송은석기자지난 14일 경기도 이천시 율면 본죽리에서 열린 ‘2017년 범농협 전국동시 영농지원 발대식 및 농촌일손돕기’에서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트랙터 작업을 하고 있다./이천=송은석기자


경기도 이천시 율면 본죽리의 한 농장에서 60대의 노신사가 텃밭에서 고추를 심으며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손놀림도 좋아 영락없는 시골 농부의 모습이었다.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 4월 취임한 후 현장경영을 강조하며 전국 곳곳의 현장을 누볐다. 지난 1년간 다닌 농촌현장이 200여곳이다. 거리로만 10만㎞. 취임 일성으로 내건 ‘농민을 위한 농협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김 회장이 본죽리를 찾은 것은 ‘2017 범농협 전국 동시 영농지원 발대식’을 열기 위해서다. 지난 14일 열린 행사인데 먼저 일손부터 돕는 것으로 시작했다. “힘들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회장은 “농협중앙회장이 현장에 왔으면 농민들과 함께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동안 농협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를 타개하기 위해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게 김 회장의 지론이라고 농협 관계자들은 귀띔했다. 김 회장의 솔선수범이 알려지고 300만 농민들로부터 인기가 높아지면서 지역 농협들로부터 와달라는 요청도 쇄도한다고 한다. 농협중앙회장은 225만명에 달하는 조합원을 비롯해 지역농협·축협, 품목농협·축협, 인삼협 등 1,131개의 조합을 이끌고 있어 ‘농민 대통령’으로 불린다. 자산 430조원에 달하는 농협중앙회의 임직원 9만명도 거느리고 있다.


김 회장은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단독 동행 인터뷰에서 “오는 2020년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은 불가능한 게 아니다”라면서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으니 지켜봐달라”고 자신했다. 2020년 농가소득 5,000만원은 요즘 농업계의 최대 관심사다. 그는 핸드폰을 기자에게 직접 보여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있는 6대 핵심역량 실천안도 소개했다. 현장경영을 많이 했던 경험을 살려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짰다고 했다. 새로운 재배기술 및 소득작물 보급, 종자·가축 개량 등을 통해 정체된 농업소득 향상, 거래 교섭력 및 판매가격 제고, 농산물 유통비용 절감, 농자재 가격 안정 및 구매비용 인하, 농가 금융비용 완화, 6차 산업 인증농협 육성 등은 정공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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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특히 농협이 농업 외 소득을 높이기 위해 태양광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김 회장은 “전기 판매가격 불안정 등을 이유로 매력이 낮았지만 최근 정부의 제도 개선으로 많이 나아졌다”면서 “농협은 농가 태양광 설치비의 70%까지 융자로 지원하고 정부의 농촌 태양광 지원까지 더하면 지원비율이 88%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태양광 사업은 농외소득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논란이 되고 있는 가격 하락, 공급 과잉의 문제를 안고 있는 쌀에 대한 대책도 내놓았다. 김 회장은 “수확기 벼의 농협 매입비중을 2020년까지 전체 생산량의 47% 수준(2015년 41%)까지 끌어올려 수확기 쌀 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할 방침”이라면서 “특히 정부가 한시적 쌀생산조정제 도입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협·오리온 합작법인을 통해 쌀 가공제품을 개발·판매하고 농협식품회사를 설립해 쌀 가공식품의 생산도 늘릴 계획도 내놓았다. 농업의 6차 산업화다.

농민들을 위해 가장 절실한 의료법인 설립도 준비 중이다. 김 회장은 “농부병이라고 불리는 퇴행성 관절염으로 고통받는 농민이 많고 건강검진을 늦게 받아 암 같은 질병을 뒤늦게 발견하는 사례가 많다”면서 “현재 의료법인을 만들기 위한 내용으로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농협 내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농림축산식품부와 예산 확보를 위해 협의하고 있다.

농협이 전사적 방역 시스템 구축 등 가축 질병 방역대책을 자체적으로 진행하려는 계획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김 회장은 “농협 자체 방역 행동지침(SOP) 제정과 농협 소독장비와 시설 개선, 백신 공급·관리 강화를 위한 전산 개발, 농가 대상 교육 및 컨설팅 강화 등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그러면서 “농축협 수의사와 컨설턴트 등 범농협 방역 전문 인력풀 1,000명을 육성하는 한편 비상방역인력 5,000여명 등 현장 인력풀을 사전에 구축해 가축 질병 대응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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