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환율조작국 지정 피했지만...한숨 돌릴 여유 없다

"원화가치 여전히 저평가"

美 환율보고서 지적 여전

6월 상무부 적자보고서에

10월에도 환율보고서 발표

통상압력 더 거세질 수도



“산 너머 또 산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4월 환율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한 뒤 내놓은 평가다. 한고비는 넘겼지만 오는 6월 ‘무역적자 종합보고서’, 10월 ‘환율보고서’ 등이 예고돼 있어 여전히 불안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미국의 서슬 퍼런 감시 탓에 손이 묶인 우리 외환당국은 앞으로도 구두개입 이외에는 마땅히 시장개입을 할 수단이 줄게 돼 환율변동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 재무부는 지난 15일 내놓은 ‘주요 대상국 환율정책 보고서’에서 한국을 중국·일본·독일·스위스·대만 등과 함께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면서 경고성 지적을 덧붙였다. “한국의 대미 흑자는 2016년 기준 277억달러로 양국 간의 지속적인 대규모 무역 불균형이 우려된다”거나 “한국 원화는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 등이다. 미국이 한국의 대미 흑자 축소 압박을 계속하겠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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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미 재무부가 이번 보고서에서 관찰대상국 지정 요건을 넓힌 것도 부정적인 요소다. 미국은 그동안 △현저한 대미 무역 흑자(200억달러 초과)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GDP 3% 초과) △지속적 일방향 시장 개입(GDP 대비 순매수 2% 초과) 등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면 심층분석대상국으로 지정하고 이 중 두 가지 요건에 해당되면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했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부터는 대미 흑자 규모와 경상수지 흑자가 큰 나라는 한 가지 요건만 충족해도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관찰대상국 지정을 쉽게 할 수 있게 해서 대미 흑자가 큰 나라는 지속적으로 감시, 견제하겠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6월과 10월에도 통상 규제 관련 이벤트는 이어진다. 6월 말에는 미 상무부가 대미 무역 흑자 규모가 큰 16개국을 상대로 무역적자 종합보고서를 내놓는다. 한국도 대상에 포함됐다. 미국은 보고서에서 국가별·상품별 무역 적자를 초래하는 구조를 파악한 뒤 맞춤형으로 반덤핑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10월에는 환율보고서가 한 차례 더 나온다. 4월 보고서 때는 중국이 주요 타깃이어서 한국은 조용히 묻어간 감이 없지 않지만 5월 새 정부 출범 이후 한국과 미국 간 외교·경제 관계의 변화에 따라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미국은 환율보고서를 대미 흑자를 축소하는 목적을 넘어서 각종 정치·외교적 이슈에서의 협상 카드로 폭넓게 활용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때문에 대미 흑자 규모를 줄이는 것은 물론 미국과의 외교·정치적 관계를 원만하게 관리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우리 외환당국의 손발이 묶이면서 환율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원·달러 환율은 연초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취임 후 경기부양 기대감에 힘입어 1,200원을 찍은 뒤 “달러는 강하다”는 트럼프의 발언에 1,100원선까지 급락했다. 요즘은 하루에도 변동폭이 10원 안팎인 날도 제법 된다. 환율이 방향을 잃어버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세종=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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