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직지’보다 138년 앞서는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일명 ‘증도가자(證道歌字)’의 소유자가 지정문화재로 지정될 수 없다는 문화재위원회 결정에 반발하고 나섰다. ‘증도가자’ 공방의 2라운드가 시작됐다.
‘증도가자’로 불리는 고려금속활자의 소장자인 김종춘 다보성고미술전시관 대표 겸 한국고미술협회장은 17일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화재위원회가 ‘증도가자’의 보물 지정 신청을 부결한 것을 수긍할 수 없다”며 “문화재청이 공정하고 합리적인 입장이라면 일단 지정을 보류하고, 남은 의문이 해소될 수 있도록 추가적인 노력을 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유자 측에 따르면 증도가자 활자 중 5점이 문화재청의 심의과정에서 관리상의 부주의로 훼손된 것으로 알려졌다.
‘증도가자’를 처음 연구한 남권희 경북대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화재청의 조사 결과 중 금속 성분과 먹의 탄소연대 측정에서는 ‘증도가자’가 고려시대 금속활자라는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며 “문화재청이 ‘증도가자’와 ‘증도가’ 번각본(금속활자로 인쇄한 책을 목판으로 다시 새겨 찍은 책)을 비교하면서 조선시대의 여러 금속활자 중에 1772년 임진자와 임진자의 번각본만 분석 대상으로 삼아 의도적으로 유사도가 높은 활자를 선택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증도가는 11명이 나눠 새긴 것이어서 획의 위치와 각도, 굵기 등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0년 9월 남 교수의 발표로 일반에 알려진 ‘증도가자’는 보물로 지정된 불교서적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증도가)’를 인쇄할 때 사용했다는 금속활자다. 보물 증도가(보물 758-1호)는 고려시대인 1239년 제작된 목판으로 찍은 책이다. 앞서 제작된 금속활자를 기반으로 서체를 본 떠 제작한 목판으로 다시 제작된 책이며, 이전에 금속활자로 찍었다는 서적은 현재 전해지지 않는다. 따라서 ‘증도가자’가 진품으로 공인되면 ‘직지심체요절’보다 최소 138년 앞서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 관련 유물이 되기에 학계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이들 활자의 공개전시와 지정문화재 지정 신청 이후 ‘진위논란’이 일었다. 7년의 공방 끝에 지난 13일 열린 회의에서 문화재위원회 동산분과는 ‘증도가자’의 서체, 주조, 조판(組版·판에 활자를 맞춰서 짜넣는 작업) 분야를 검증한 결과 ‘증도가’를 찍은 활자로 보기 어렵고, 출처와 소장 경위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보물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부결’했다.
소유자 김 회장은 ‘증도가자’의 출처에 대해 “출토 문화재의 특성상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지금까지 지정된 수많은 동산문화재의 소장 경위는 모두 명확한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지정문화재 지정 재신청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