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 중에는 잠이 모자란 사람들이 많다. 미국 성인들 중 1/3 이상이 하루에 7시간도 자지 않는다.
하루 7시간 수면은 보건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권장 수면 시간이다. 그리고 수면 부족이 누적되면 우울증은 물론 당뇨병까지 걸릴 수 있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이런 사태의 원흉은 현대 문명이다.
그래서 이 연구에서는 그 대안으로 당장 며칠 간이라도 캠핑을 떠날 것을 권한다.
컴퓨터 화면을 포함한 청색광의 야간 조명은 인간의 수면 습관에 악영향을 준다는 주장은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하다. 밝은 빛을 접한 인체는 수면에 필요한 호르몬을 내는 대신 주간 생활 모드에 머무른다. 밝은 빛을 계속 접하게 되면 깨어있어도 무기력하게 된다. 그러니 스마트폰 사용을 며칠만 끊어도 정상적인 생활 주기를 되찾는 데 도움이 된다.
지난 2월 2일 <커렌트 바이올로지> 지에 발표된 연구 논문에 따르면 주말의 짧은 캠핑 여행도 사람의 생체 시계를 재설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 논문에서는 예전의 어느 연구를 인용하고 있다. 그 연구에서는 여름에 1주일간 자연 속에서 여행을 떠나면 생체 시계가 4시간이나 앞당겨진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즉, 평소에는 오후 11시에 잠이 들던 사람이 자연 속에서 7일을 보내면 오후 7시에 잠이 들게 된다는 얘기다.
콜로라도 대학 보울더 캠퍼스의 케네스 라이트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간의 생체 시계는 멜라토닌 수치가 높으면 밤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행의 말미에 생체 시계의 리듬이 자연의 채광과 완벽히 일치되는 것은 매우 주목할만한 일이다. 피험자 생체 시계의 밤은 일몰과 함께 시작되어서 일출과 함께 끝이 나게 되었다.”
라이트는 그것이야말로 현대 문명 속에서 찾아볼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솔직히 말해 여러분들은 해가 지자마자 잠을 잔 적이 대체 언제인가?
그러나 라이트와 그의 연구팀은 이러한 효과가 다른 계절에는 얼마만큼 효과가 있을지 알고 싶어했다. 겨울에는 다른 계절보다 적은 빛을 받는다. 그리고 동물들은 겨울에 생물학적 밤의 길이가 사람보다 훨씬 더 길다. 즉, 도시 환경에 있는 것은 여름 환경에 있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전기가 없는 숲 속에서 사는 경우 햇빛이 적은 겨울은 여름과 어떤 차이가 있을 것인가? 그래서 연구팀은 5명의 용감한 지원자를 1주일간의 겨울 캠핑에 투입시켰다. 캠핑을 하기 전 정상 상태에서의 수면 습관과 빛 노출도를 1주일 동안 미리 측정해 보았다.
라이트는 이렇게 말한다. “피험자들이 접하는 빛은 해, 달, 별, 캠프파이어의 빛 뿐이다. 그러나 피험자들의 활동에 제약은 없었다. 캠핑을 떠나기 이전 한주 동안 이들은 집 안팎을 출입하면서 직장과 학교를 가고 원할 때 취침하고 기상할 수 있었다. 캠핑 주간에도 등산이나 땔감 줍기 등 무엇이건 할 수 있었다.”
라이트와 동료들은 실험 전후 피험자들의 생체 시계를 비교해 보았다. 24시간 동안의 혈액 샘플을 채취한 후 그 멜라토닌 농도를 측정한 것이다. 그 결과 피험자들의 생체 시계가 수면을 지시하는 시각이 2시간 반이나 빨라진 것이 드러났다. 또한 캠핑 주 동안에는 일반생활 주에 비해 13배나 더 많은 빛을 받은 것이 드러났다. 일반생활 주에도 열심히 외출을 했음에도 말이다. 겨울의 자연광은 일견 빈약해 보인다. 그러나 현대 생활은 그것마저도 빼앗아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야간에 조명을 켜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주간에 빛을 덜 받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수면 패턴의 적일 수 있다고 본다.” 라이트의 말이다.
겨울의 태양 아래서 1주일을 보내면 더 자연스러운 수면을 취할 수 있다? 얼핏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가망성이 있다. 라이트의 연구팀은 연구의 제2기에서는 여름에 캠핑을 실시했다. 그리고 일부 피험자는 자택에 머물게 해 일상의 주말이 수면 스케줄에 미치는 영향도 실험해 보았다. 집에서 주말을 보낸 사람들은 주중에 비해 취침 시각이 늦어졌다. 이 때문에 이들의 생체 시계는 앞당겨져 월요일에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1주일간 캠핑을 한 사람은 수면 조정 효과가 69%나 나타났다.
라이트에 따르면 인체는 이러한 변화에 대단히 신속하게 적응한다고 한다.
물론 이런 신속한 적응력은 두 가지로 작용한다. 전자 기기 없이 며칠 동안 살면서 얻게 된 좋은 점도 집에 오자마자 사라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물론 라이트의 연구팀은 피험자들이 나쁜 습관에 다시 물드는 속도는 측정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야외에서 얻은 좋은 습관을 일상에서도 유지하고 싶다면 몇 가지 생활 습관을 변화시키면 된다. 낮에 더 많은 시간을 야외에서 활동하고 특정 시각 이후에는 스크린과 밝은 빛을 멀리하고 자연의 밤낮과 가까운 수면 시간을 취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좋은 습관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라이트는 자신의 이 연구 결과가 다른 대규모의 연구를 통해 확증되기를 바라고 있다. 또한 건강한 수면 스케줄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주는 생활 습관 변화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사람들의 건강을 증진시켜 줄 뿐 아니라 경제적인 이득도 될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경제는 수면 결핍으로 연간 4110억 달러의 손해를 보고 있다고 보고 있다.
라이트는 말한다. “매우 화끈한 주제가 아닌가? 캠핑에서 얻은 좋은 습관을 유지할 방법을 알아내야 한다. 그리고 현대인들이 얼마나 많은 빛을 더 받아야 할지도 알아내야 한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 by RACHEL FELT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