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벚나무는 건달같이

- 안도현 作

1915A39 시로




군산 가는 길에 벚꽃이 피었네


벚나무는 술에 취해 건달같이 걸어가네

꽃 핀 자리는 비명이지마는

꽃 진 자리는 화농인 것인데


어느 여자의 가슴에 또 못을 박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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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떨어진 건달같이

봄날은 가네

벚나무는 봄마다 나무인 걸 잊은 채 갓길 걸어간다. 겨우내 주린 벌 나비에게 꽃받침 잔술 팔다가 한 잔 두 잔 제가 비우고 취해 비칠거린다. 바람 불 때마다 한 소리 또 하며 하르르 까르르 웃는다. 꽃을 피운 건 봄이 아니라 제 안의 열망이었건만 가진 설움 모두 님 탓으로 돌린다. 해마다 봄은 가고 저는 남아 있으니 버려진 것 같지만, 일 년 내내 꽃 피는 건달 남아 있으면 그 수발 어이 들까? 봄 건달 서둘러 떠나니 꽃 핀 자리마다 희열이었음을, 꽃 진 자리마다 열매 익고 있음을. 축제는 건달처럼, 일상은 초록처럼.<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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