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손으로 전하는 목소리' 수어, 나라마다 다르단 거 아셨나요?

국제수어통역사 고인경 교수

오늘 장애인의 날 맞아 인터뷰

농인 부모님에 배운 첫 언어 韓 수어

한국어·영어 이어 국제·美 수어 능통

"한국인 최초 WFD 무대 서는 게 꿈...

비장애인 통역사 많아지길"

고인경씨. /사진젝공=고인경씨고인경씨. /사진젝공=고인경씨




“많은 사람이 수어(手語)를 만국 공통어로 오해하는데 우리(비장애인)가 영어를 배우듯이 시각언어인 수어도 미국·중국·일본 등 나라마다 표현방식이 다 다릅니다. 심지어는 영어권 국가인 미국·영국·호주도 각기 다른 수어를 사용하죠.”

4월20일 ‘2017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고인경(34) 나사렛대 수어통역학과 교수는 국내에 몇 안 되는 국제수어통역사다. 고 교수는 비장애인이기 때문에 더욱 특별하다. 국내에 국제수어통역사는 10명 안팎이며 이들 대부분이 음성언어로 소통하기 어려운 농통역사들이다. 고 교수는 한국어, 한국 수어, 국제 수어, 미국 수어까지 총 4개 언어를 구사하는 수어계의 능력자다.


현재 전 세계 농인의 공통언어로 국제 수어가 통용되지만 공식 행사에서만 사용될 정도로 보급률이 낮다. 또 국제 수어를 통한 의사소통도 제한적이라 농인들은 외국인과의 소통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 농인이 외국 농인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미국 수어, 중국 수어, 일본 수어를 따로 배워야 한다. 우리가 제2외국어를 배우는 것과 같은 현실이다.

관련기사



고인경(왼쪽)./사진제공=고인경씨고인경(왼쪽)./사진제공=고인경씨


고 교수가 외국 수어까지 배우게 된 데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그는 청각장애인 부모 아래 태어난 비장애인이다. 태어나 가장 먼저 수어를 배웠고 그다음으로 음성어를 배웠다고 한다. “부모님이 농인이라 처음 배운 언어가 한국 수어였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2개 언어를 할 수 있었다”며 “영어를 배우고 나면 중국어나 프랑스어를 배우듯이 시각어로 미국 수어, 국제 수어까지 배우게 됐다”고 소개했다.

고인경(가운데줄 왼쪽 두번째) 국제수어통역사가 2015년 세계농아인농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한국대표팀 선수들과 함께하고 있다. /사진제공=고인경씨.고인경(가운데줄 왼쪽 두번째) 국제수어통역사가 2015년 세계농아인농구선수권대회에 출전한 한국대표팀 선수들과 함께하고 있다. /사진제공=고인경씨.


비장애인이 굳이 외국 수어까지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지난 2015년 세계농아인농구선수권대회 때의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고 교수는 대만 타오위안에서 열린 국제대회에 국제수어통역사로 참석했다. 비장애인 감독과 농인 선수 간의 통역이 주 업무였지만 비장애인 감독과 농인 선수, 국제 수화로 말하는 외국인 심판, 각국 수어를 쓰는 상대팀 농인 선수 사이에서 1인3역을 소화해야 했다.

그는 구글 본사에서 구글코리아 웹마스터로 파견된 한국계 미국인 나종일(36)씨의 통역을 맡기도 했다. 청각장애인인 나씨를 대신해 손과 입으로 직원들과의 소통을 대신했다. 또 방송수어통역사와 창덕궁에서 외국 농인에게 우리 문화를 전달해주는 문화재해설사에 이어 현재는 나사렛대에서 수어통역학과 교수로 수화통역사가 되고 싶은 장애인 학생과 비장애인 학생을 함께 가르치고 있다.

고 교수는 한국인 최초로 세계농아인연맹(WFD) 무대에 국제수어통역사로 서보는 것이 꿈이다. 그는 “농인들은 언어의 장벽으로 외국인들과 교류하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면서 “손과 입으로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손과 입이 돼주는 비장애인 통역사가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최성욱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