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6~7일 미중 정상회담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국은 사실상 중국의 일부였다(Korea actually used to be a part of China)”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밝혀 파문이 커지고 있다.
시 주석의 발언이 맞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를 여과 없이 받아들였다면 이들이 갖고 있는 한반도에 대한 역사관이 심각하게 왜곡돼 있다는 것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미국의 온라인매체 쿼츠는 1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전한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는 말은 완전히 틀렸으며 남한을 격분시킬 수 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지난 12일 트럼프 대통령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를 하며 시 주석으로부터 한국과 중국의 역사적 관계에 대해 오랜 시간 설명을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 주석이 한국은 사실상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했다”며 여기서 한국은 북한이 아닌 (남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를 의미한다고 부연설명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쿼츠는 황경문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어떤 역사학자도 그런 주장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아시아 지역에 대한 역사나 견해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매체는 “시 주석의 역사관은 어디서 왔겠는가. 중국 국가주의로부터 아니겠는가”라고 꼬집기도 했다.
우리 정부와 정치권도 이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이야기”라면서 “보도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지난 수천년간 한중관계의 역사에 있어 한국이 중국의 일부가 아니었다는 점은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명백한 역사적 사실이며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당도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장진영 대변인은 서울 여의도 당사 브리핑에서 “미중 정상회담 논의 내용이 일방적으로 공개되는 것은 외교적 결례”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 발언은 미중 양국 간 합의를 통해 공개된 내용이 아닌 만큼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다”며 “다만 그 같은 발언이 사실이라면 중국이 외교 무대에서 심각한 역사 왜곡을 한 것으로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의 유승민 대선후보 측 역시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시 주석의 시대착오적 역사인식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비판했다.
엄청난 논란의 소지가 있는 이 발언을 시 주석이 실제로 했는지, 트럼프 대통령이 특유의 화법으로 시 주석의 발언을 단순화해 전달하면서 오해를 만들어낸 것인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신종호 통일연구원 국제전략연구실장은 “시 주석이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면 강대국 정체성으로 출범한 시진핑 정권의 대외정책의 한 단면을 보여준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