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서경씨의_그래도_연애] 봄 타는 여자

#봄봄봄, 망할 봄이 왔어요

올해도 어김없이 봄이다, 벚꽃이 피었다.


일 때문에 평소에도 자주 가는 석촌호수는 봄이 되니 유난히 더 예쁘다. 호숫가를 따라 나란히 서 있는 벚꽃나무에서 꽃비가 하늘하늘 내린다.

대학 시절 처음 사귄 남자친구와 간 곳도 이곳이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봄날 저녁, 석촌호수를 걸으며 우린 얘기했다. 학교 생활은 어떤지, 어떤 교수님이 짜증나게 하는지, 아르바이트하느라 힘들지는 않는지 등등.

그 때 본 벚꽃이 참 예뻤다.





어느덧 7~8년 지난 지금, 어김없이 봄이다.

업무차 들렀던 석촌호수 근처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보니 문득 그때의 추억이 떠올랐다. 푸릇푸릇했던 대학 시절, 지금보다는 훨씬 더 상큼했던 시절 우리가 나눴던 대화와 고민들, 설레던 마음이 뭉실뭉실 떠올랐다.

서른이 된 지금, 하루종일 발바닥에 땀 나게 뛰어다니다가 본 벚꽃에 스무살 시절이 생각나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 봄타나 봐’

#4월, 나에게도 잔인한 달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 T.S.엘리엇 ‘황무지’ 중에서


유명한 시인은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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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사람들이 참혹하게 죽어가는 와중에도 꽃은 피고 새싹이 돋아나는 계절이 4월 봄이다.



지금 옆에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솔로들에게도 4월은 잔인한 달이다.

특히 봄을 타는 여성들에게 더욱더!!!

서경 씨는 석촌호수에서 느낀 감정을 친구에게 털어놓고자 술집으로 친구를 불렀다.

이 친구 3년 동안 로맨스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연애하다 올 초 헤어진 ‘꽃거부녀’다. 서경 씨보다 앞서 봄을 타고 있는 꽃거부녀는 라일락이 싫다고 했다.

“우리 아파트에 유독 라일락 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는데 죽고 못 살 것처럼 사귀었던 남자친구가 데이트할 때마다 집에 데려다 주면서 라일락 향기 좋다고 했거든. 이제는 어느 정도 잊고 살아서 생각이 잘 안 나는데 퇴근할 때 라일락 냄새를 맡을 때마다 그 자식이 생각나.”

닭 다리를 뜯던 친구는 말한 김에 전 남친 인스타그램에 들어가 생사를 확인해본다.

#봄은 왔지만 (내) 봄은 안 왔다

‘봄’ 분위기에 여자들이 취하는 것은 행복 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 때문이라고 한다. 따뜻한 햇살이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시키면서 유쾌한 기분이 든다고 한다. 이 호르몬이 적당히 분비되면 행복감을 주지만 과하게 분비되면 우울감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사계절 중 유독 ‘봄’에 심란해진다면 이 호르몬 탓을 해볼 수 있다.

그렇다고 바람결에 흔들리는 꽃잎처럼 울렁이는 마음에 쉽게 누군가를 만났다가 낭패를 보기도 한다.



지난 봄 싱숭생숭한 마음을 비집고 들어온 남자를 만난 ‘스팟만남녀’는 서경 씨에게 봄철 마음 다 잡으라고 조언했다.

”딱 이쯤 내가 술자리에서 만난 사람과 술기운에 사귀었는데 오래가지 못하더라. 꽃은 피지, 같이 꽃 구경할 사람은 없지. 이렇게 있을 바에 누군들 어떠하리, 만나보자는 생각에 시작했어. 그런데 그것도 딱 봄철이야. 서로 다른 가정 환경에 라이프스타일 차이로 세 달도 못 가더라고.“

최근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벚꽃 알바’ 글도 다 이같은 마음으로 올린 글인 걸까. 시급 1만원에 벚꽃을 함께 보러 갈 남성을 구하는 작성자의 심정도 이해가 가는 밤이다.

서경 씨, 타는 봄에 애가 타 맥주만 들이킨다. “아, 비가 와서 빨리 벚꽃이나 다 져라~”



/춘래불사춘 기자 sednews@sedaily.com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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