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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그래 ‘탁’ 떠나보자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





계절이 점점 변해 간다. 뚜렷한 사계절을 한국의 자랑으로 얘기하지만, 이제는 그런 말을 하기도 좀 쑥스러울 정도로 추위와 더위를 느끼는 시간은 길어지고, 따스함과 시원함을 느끼는 시간은 짧아지기만 간다. 그러니 매번 가는 짧은 봄과 가을이 아쉽게 느껴지고, 그래서 이 봄은 놓치고 싶지 않다.

어느덧 4월 마지막 주다. 그리고 5월이 저만치 다가왔다. 이즈음 예전 학창시절 교과서에 실렸던 이양하 선생의 ‘신록예찬’을 되뇌어 본다. 까까머리를 하고 국어 공부하던 철없던 시절에는 읽으면서도 도무지 뚜렷한 감회가 없었지만, 나이가 들어 이것을 읽어 보니 문장 하나하나가 새롭게 심금을 건드린다. 나의 미흡한 표현력으로는 생동감 넘치는 5월의 신록을 대하는 마음을 만족스레 표현할 수 없어 이를 소개한다.


“푸른 하늘과 찬란한 태양이 있고, 황홀한 신록이 모든 산, 모든 언덕을 덮는 이때, 기쁨의 속삭임이 하늘과 땅, 나무와 나무, 풀잎과 풀잎 사이에 은밀히 수수되고, 그들의 기쁨의 노래가 금시라도 우렁차게 터져 나와 산과 들을 흔들 듯 한 이러한 때…(중략) 잠깐 동안이나마 사람을 떠나, 사람의 일을 잊고, 풀과 나무와 하늘과 바람과 한가지로 숨 쉬고 느끼고 노래하고 싶은 마음을 억제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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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은 ‘일상을 떠나라’고 우리에게 말하는 듯하다. 지친 몸과 마음은 푸른 계절 속에 묻어버리고, 그동안 메말라진 가슴을 적셔 보고, 물욕에서 떠나 삶을 생각해보라 속삭이는 것 같다. 그래서 여행을 떠나고 싶다.

이번주 말인 29일부터 16일간은 ‘2017 봄 여행주간’이다. 국내여행 붐 조성을 위해 지난 2014년에 시작, 4년째로 접어든 여행주간은 이제 국민적 행사로 자리 잡았다. 올해에는 숙박·교통·관광지 등 할인행사 참여업체만 1만5,000여곳으로 전년보다 약 2,000개가 늘었다. 이 뿐만 아니라 도시재생으로 탄생한 명소들, 열차여행, 템플스테이 등을 1만원에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비롯해 전통시장 봄 내음 축제, 걷기길 축제, 생태관광주간, 관광 두레 등 전국 방방곡곡에서 여행객들이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들이 어느 때보다 풍성하게 마련돼 있다.

우리나라도 어느덧 우울증 환자가 연간 60만이라 한다. 황금 같은 5월에는 행복지수를 위로 올려보자. 전국 구석구석 준비는 끝났다. 몸만 가면 된다. 때론 아무 준비도, 주저함도 없이 ‘탁’ 떠나보자. 가봐야 우리나라도 여행해볼 만한 곳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또 그곳에 전혀 예상치 못한 멋진 체험이 기다리고 있을지 누가 아는가. 우리 모두의 행복을 찾아 떠나는 5월을 위해.

정창수 한국관광공사 사장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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