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금융산업 기울어진운동장] 일임형 ISA 욕심낸 은행, 성적은 기대 이하

수익률 상위 10곳 중 9곳 증권사 싹쓸이

은행, 13곳 중 11곳 불완전판매 논란도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점에서 한 고객이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계좌 가입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서울경제DB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본점에서 한 고객이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계좌 가입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서울경제DB


지난해 초 정부가 국민재산증식이란 명목으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를 내놓자마자 증권사와 은행들은 바로 업무 영역을 두고 갈등을 빚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은행에 신탁형 ISA만 허용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주장하며 은행권에도 투자일임형 ISA 판매를 주장하자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투자상품을 전문적으로 다루지도 않으며 자산운용 전문가도 별로 없는 은행이 일임형 상품에 욕심을 내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맞서는 등 설전을 벌였다. 이 같은 논쟁은 황 회장이 “ISA는 정부가 공을 들여 세제혜택을 주게 한 상품인 만큼 국민 재산 늘리기 차원에서 접근성 강화를 위해 은행에 ISA에 한정해 일임 계약을 허용하는 것에 찬성했다”며 한발 물러나자 마무리 됐다.

일임형 ISA 수익률 상위 10개 상품



1년이 지난 현재 일임형 ISA를 그렇게 욕심을 냈던 은행권의 성적은 어떨까? 금융투자협회가 공시한 25개사의 일임형 ISA 모델포트폴리오(MP) 대표수익률(2월28일 기준)에 따르면 증권의 출시 이후 수익률은 3.54%로 전체 업권의 평균 수익률(2.91%)은 물론 은행(1.81%)의 수익률도 크게 앞질렀다. 이 같은 현상은 개별 상품에서도 나타나 수익률 상위 10개 상품 중 1~9위는 모두 HMC투자증권과 키움증권, NH투자증권 등 증권사의 상품이 차지했다. 상위 10개 상품에 이름을 올린 은행 상품은 대구은행의 ‘대구은행 ISA 고수익홈련형A’ 1개로, 이마저도 10위에 겨우 발을 걸치는데 그쳤다. 이와는 달리 수익률 하위 10개 상품 중 은행의 상품은 총 5개로 절반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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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증권사와 은행의 수익률이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자금 리밸런싱 등 운용에 소극적인 은행의 태도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고수익을 낸 증권사의 경우 앞으로의 시장 전망이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해외주식형 펀드의 편입비중을 과감하게 높이는 등 적극적인 운용을 펼쳤지만 은행권은 기존의 습관대로 절반 가량의 자금을 채권에 편입하는 등 보수적인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리밸런싱을 자주 한다는 것이 무조건 수익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리밸런싱과 수익률의 상관관계가 나타나고 있지 않느냐” “일임형 ISA를 허용해달라고 줄기차게 외치던 은행이 최소한의 노력하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 것은 비판할 만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수익률 외에 불완전판매 논란도 제기됐다. 지난해 9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감독원으로 ‘ISA 미스터리쇼핑’ 자료를 제출받은 결과 은행 13개사 중 84.62%(11개사)가 가입 고객의 투자성향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거나 위험등급을 초과한 고객을 가입시키는 등의 불완전판매 행위가 나타난 것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같은 조사에서 증권사의 불완전판매행위 비중은 28.57%에 그쳤다.

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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