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정당 ‘앙 마르슈’(En Marche. ‘전진’ 이라는 뜻) 후보로 대선 결선에 진출한 에마뉘엘 마크롱(39) 후보는 프랑스 정계의 ‘무서운 신예’로 불린다. 그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뒤 대권에 도전해 결선에 올랐다.
만약 다음 달 7일 결선에서 마크롱이 승리할 경우 현대 프랑스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이자, 현재 서방의 주요국 중 가장 젊은 국가 지도자가 탄생하게 된다. 더욱이 결선 투표에서 마크롱의 승리 가능성이 크게 점쳐진다. 주요 좌·우 정당의 후보들은 또 다른 결선 진출 후보인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마크롱 지지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마크롱은 프랑스판 ‘신중도와 ’제3지대‘를 표방하며 신당 앙 마르슈를 창당했다. 앙 마르슈는 기성 좌우 거대정당인 사회당과 공화당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을 파고들며 빠르게 상승세를 탔다. 대선 레이스 내내 지지도 1∼2위 자리를 지켰다.
마크롱은 2012년 현 사회당 정부 출범 때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경제보좌관으로 엘리제궁(프랑스 대통령실)에 입성했다. 2014년 개각 때는 만 36세의 나이로 재정경제부 장관에 올라 올랑드의 ’총애‘를 한몸에 받았다.
중도좌파 사회당 정부 내에서 친(親)기업적 성향으로 유명했던 그는 현 정부의 ’우클릭‘ 경제정책을 주도적으로 추진해왔다. 대표적으로 2015년 경제 활성화를 위해 파리 샹젤리제와 같은 관광지구 내 상점의 일요일·심야 영업 제한을 완화하는 경제 개혁법 등이 있다. 이 법을 두고 대형 프랑스 노동조합들과 집권 사회당에서는 노동자의 휴식권을 침해한다고 비판했으며 정권 핵심지지층의 반발도 이어졌다. 의회 표결로 관련 법안 통과가 어려워지자 마크롱과 올랑드는 헌법 예외조항을 이용, 표결 없이 정부 발표로 대신하는 방법으로 정책을 관철했다.
또 그는 장관 재직시절 사회당의 대표적인 노동정책인 주 35시간 근무제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펴왔다. 그는 “오래전에 좌파는 기업에 대항하거나 기업 없이도 정치를 할 수 있었고, 국민이 적게 일하면 더 잘 살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었다”고 한 바 있다. 노동법 개정 논란이 이어지던 지난해 6월에는 파리 근교 행사에 참석했다가 성난 노동자들로부터 달걀을 맞기도 했다. 노동규제 완화와 친기업 성향은 그의 강한 엘리트적 배경과 함께 좌파 노동계층의 표를 갉아먹는 요인으로 꼽힌다.
대선 레이스 초중반에는 기존의 좌·우 정당체제를 뛰어넘겠다는 그의 선언을 두고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젊은 나이는 장점으로도 꼽히지만, 선출직을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다는 배경과 함께 라이벌들로부터 ’경륜 부족‘으로 공격을 받는 요인이기도 하다.
한편 마크롱은 자신의 고교 시절 불어 교사였던 24세 연상의 여성과 결혼에 골인한 이야기로 유명하다. 이런 개인사는 직설적이고 기성체제에 저항하는 듯한 유려한 그의 말솜씨와 함께 젊은층의 인기를 얻는 요인으로 꼽힌다.
/김민제 인턴기자 summerbreez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