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프랑스대선]무기력에 지친 佛…色다른 아웃사이더 전쟁 택하다

마크롱 vs 르펜…佛대선 내달 7일 결선투표

테러·부패 얼룩진 사회·공화 59년만에 결선행 좌절 쓴맛

프랑스 개혁 원하는 국민들 '극과극 공약'에 미래 걸어

중도 마크롱 당선 유력 속 절대 지지층 취약이 변수로   



23일(현지시간) 치러진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결과는 ‘기성정당의 몰락’과 ‘비주류의 부상’으로 요약된다. 지난 1958년 강력한 대통령중심제를 기반으로 한 제5공화국 헌법을 채택한 뒤 번갈아 집권해온 사회당과 공화당은 무기력한 국정운영과 부패 스캔들로 결선에 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굴욕을 당했다. 이들이 사라진 자리는 새로운 정치를 표방하며 대권에 첫 도전장을 내민 중도정치단체 전진당을 이끄는 에마뉘엘 마크롱 전 경제장관과 반이민·포퓰리즘 바람을 타고 인기를 얻은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대표 등 비주류 후보들이 차지했다.

◇59년 만에 결선진출 좌절된 거대 양당=1년 전까지만 해도 올해 프랑스 대선은 전통 강자인 공화당과 사회당, 극우 국민전선을 중심으로 2012년 대선과 유사한 구도로 전개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우세했다. 하지만 수도 파리에서 일어난 연쇄 테러와 높은 청년 실업률로 국정지지율이 4%대로 곤두박질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대선 불출마 선언에도 유권자들이 여전히 사회당을 외면하며 기류가 심상치 않게 흐르기 시작했다. 여기에 한때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꼽혔던 공화당의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가 아내를 보좌관으로 등록해 세비를 빼돌렸다는 스캔들이 연초부터 불거지며 유권자들의 실망과 피로는 결국 폭발했다.


마크롱 전 장관과 르펜 대표는 1월 말부터 각종 여론조사에서 1·2위를 차지하며 대세를 굳히기 시작했다. 특히 올랑드 정권의 경제장관 출신으로 사회당을 박차고 나와 ‘제3지대’를 표방한 ‘30대 기수’ 마크롱 전 장관은 기존 거대정당에 실망한 중도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모아 대선 1차 투표에서 23.86%(개표율 97% 현재)를 얻으며 선두를 꿰찼다. 21.43%를 득표한 르펜 대표도 테러 위협으로 강해진 반이민 정서를 건드리면서도 나치 옹호발언을 자제하는 등 극우 색채를 지우는 전략으로 대권 도전 두 번 만에 결선에 진출했다.



◇극과 극 공약…결선 결과 따라 달라질 프랑스=프랑스의 운명은 다음달 7일 치러질 결선투표에서 유권자들의 선택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은행·경제장관 출신의 ‘엘리트’ 마크롱 후보의 정책은 친유럽연합(EU)·친기업으로 요약된다. 그는 EU 통합을 위한 프랑스의 역할론을 강조하고 외국인포용정책·시장개방을 유지하는 등 급진적 변화보다 안정을 추구해 경제를 살리자는 정책을 내세우고 있다. 또 주당 35시간인 노동시간을 유지하더라도 기업과 노조의 합의에 따라 유연성을 확대하고 법인세를 인하하자고 주장한다.


반면 르펜 후보는 당선 즉시 EU와 가입조건을 재협상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투표를 시행해 EU 탈퇴까지 추진할 수 있다는 반(反)EU파다. 프랑스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유로화 대신 프랑화를 재도입해 통화주권을 찾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프랑스로 유입되는 이민자를 80% 줄이고 자국 극빈층에게 보조금을 지급하자는 공약도 내걸었다.

관련기사



◇마크롱 당선 유력하지만 르펜 대역전 가능성도=결선에서는 두 후보 중 마크롱 전 장관의 승리가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극우 후보의 당선만은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다른 후보 지지자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의 피용 전 총리와 사회당의 브누아 아몽 전 장관은 결선 진출 좌절이 확정되자 곧바로 마크롱 지지를 선언하며 극우 대통령 저지에 힘을 보탰다.

여론조사 결과도 이러한 예상을 뒷받침한다. 해리스인터랙티브는 출구조사 발표 직후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마크롱 전 장관이 르펜 대표를 64대36으로 누르고 대통령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른 여론조사기관인 입소스 소프라 스테리아도 이날 당장 결선투표가 실시될 경우 마크롱 전 장관이 62%를 얻어 르펜 대표를 꺾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다른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결선투표장에 나오지 않거나 르펜 지지로 돌아설 경우 대이변이 연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지 매체인 프랑스24는 마크롱 전 장관의 1차 투표 득표율이 2002년 이후 대선 1위 후보로는 가장 낮은 수치라며 이는 절대적 지지층이 취약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연유진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 태그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