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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톡]영화산업과 관광산업의 바람직한 공조...지역성을 살려 정체성 확립한 영화제 셋

영화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전주-무주-제천 지역 영화제의 의미있는 효과

한국인들이 여가시간을 보낼 때 영화만큼 익숙한 것이 또 있을까. 실제로 국내 영화관람 인구수는 세계 2위 수준이다. 2013년 이후 4년 연속으로 연 4회를 넘었다. 이는 가까운 휴일, 근처 영화관만 찾아가 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영화 산업이 성장하면서 다채로운 영화제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부산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장르성 짙은 영화를 상영하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까지 규모와 성격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지역의 특성과 결합해 영화제들도 늘어나고 있다. 수십 개가 넘는 영화제 중 지역성을 살려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것이다.




/사진=전주국제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사진=전주국제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


#1.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4월 27일~5월 6일)

이틀 앞으로 다가온 전주국제영화제는 이어 소개할 영화제 중 역사가 가장 오래됐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국내 3대 영화제로 언급되기도 한다. 올해 슬로건으로 ‘영화 표현의 해방구’를 내세운 전주국제영화제는 영화제가 견지해야 할 태도로 시각의 다양성 존중, 분화된 취향에 대한 수용적 태도, 도전적 작품을 통한 논쟁 유발을 내세운다. 주류 상업영화가 아닌 독립영화의 자립을 추구하겠다는 전주국제영화제만의 프라이드가 느껴지는 지점이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식상하게(?) 한옥도시로서 전주의 특색을 내세우지 않는다. 물론 전주라는 대표적인 관광도시의 특성이 일반 관광객들로 하여금 전주국제영화제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갖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주의 발전이 풍남동의 한옥마을에만 한정되지 않도록 영화제를 영리하게 활용했다. ‘아시아문화 심장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주 구도심의 북문과 남문 사이에 문화 벨트를 조성하려는 야심찬 계획이다. 남부시장과 협업도 했다. 청년몰 안에 티켓 매표소 설치해서 남부시장을 축제의 공간으로 변모시키고자 한다.

#2. 제5회 무주산골영화제(6월 2일~6월 6일)



전주국제영화제에 비하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영화제이지만 지역적 특색을 듬뿍 담고 있는 무주산골영화제는 전라북도 무주군에서 열린다. 여타 영화제들이 도심 속에서 이뤄지는 것과 달리 무주산골영화제는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 자연 속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 포인트. 어느 영화제든 새로운 작품을 만난다는 기대감으로 일탈의 기분을 느끼기 마련이라지만, 무주만큼 일상과의 완벽한 차단을 이룬 곳이 있을까. 무주산골영화제는 초여름 밤 청정 자연 속 야외극장을 통해 특별한 추억을 선물한다.


제5회 무주산골영화제에서는 지역 연계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우선 무주 군민들을 위한 배려가 눈에 띈다. 읍내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편리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무주전통문화의 집을 실내 상영관으로 운영하기로 한 것. 지난해에 관객들의 호응에 힘입어 안성면 두문마을에서 또 다시 진행하는 불꽃놀이도 놓칠 수 없는 재미다. 무주를 대표하는 전통 불꽃놀이인 낙화놀이와 야외상영을 결합했다. 무주읍 서면마을에서는 반딧불 심비탐사와 영화 상영을 함께 진행, 무주만의 고유한 문화 체험을 가능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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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제13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8월 10일~8월 15일)



충청북도 제천시에서 열리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는 영화관람은 물론 한 여름의 낭만과 추억을 선사해 줄 음악 프로그램까지 선보인다. 국내 유일의 음악영화제이자, 아시아 최초 음악영화제라는 의의를 가진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음악영화를 비롯해 무성영화와 라이브 음악의 만남, 영화음악 공연 등 영화와 음악이 포함된 다채로운 콘텐츠를 준비했다. 제천시의 자랑인 청풍호를 배경으로 영화제와 음악 페스티벌을 동시에 즐기는 듯한 1석2조의 효과를 준다.

‘물 만난 영화, 바람난 음악’이라는 낭만적인 슬로건을 내세운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제천시라는 중소도시를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시켰다는데 의미가 있다.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처럼 지역 이름을 걸고 만든 축제는 그 지역의 이미지 제고에 일조한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휴양영화제로서 특성화를 내세우며 제천이라는 도시를 대표적인 휴양관광지로 인식시켰다. 제천이라는 소도시가 가지는 편안함, 청풍호를 위시한 자연풍경으로 관광객들을 끌어 모으며 타 지자체에게 중소도시의 성공적인 홍보 롤모델로 자리매김하는 중이다.

영화 산업과 관광 산업의 바람직한 공조다. 앞서 언급된 전주는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것을 넘어 독립장편영화와 중급 규모의 영화를 위한 프로젝트를 마련하는 등 독립영화에 직접적인 지원까지 한다. 수준 높은 국내 영화 콘텐츠를 개발, 국내 영화 산업을 성장시킨다. 동시에 전주라는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드높여 관광 산업으로서도 의미 있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지금까지 영화제는 영화를 즐기는 또 다른 방법으로 각광받아왔다. 이제는 지역을 즐기는 또 다른 방법으로도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중이다. 주목받지 못한, 아직 개봉하지 않은, 혹은 색다른 방법으로 즐기고픈 모든 영화를 다루며 영화팬들의 수요를 자극한데 이어서, 해외를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나는 상황 속 국내 관광객 유치에 효과적인 방법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당장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황금연휴, 그리고 벌써부터 계획을 세우기 시작한 여름휴가에 영화제라는 키워드를 하나 넣어보는 것은 어떨까. 모처럼의 휴식부터 문화적 소양 충족까지 만족스러운 연휴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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