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이름은 김민선, 별명은 민독이…한 번 독하게 해봐야죠”

‘270야드 펑펑’ 업그레이드 장타 화제

이름 끝 글자 ‘베풀 선’, 베풀지만 말고 우승하라는 뜻으로 ‘민독이’ 별명

지난주 말 우승에 박성현 “한 건 했네” 축하문자

하체근력 강화, 임팩트 지점 볼 뒤로 조정하면서 거리 15야드 늘어

“코스선 웃지 않지만 우울한 아이 아니랍니다”

김민선 /사진제공=까스텔바쟉김민선 /사진제공=까스텔바쟉




김민선 /사진제공=까스텔바쟉김민선 /사진제공=까스텔바쟉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4년 차 김민선(22·CJ오쇼핑)은 별명이 ‘민독이’다. 이름 끝 글자로 ‘베풀 선(宣)’ 자를 쓰는데 동료들이 좀 독해지라고 ‘선’ 대신 ‘독(毒)’자로 바꿔 부른다고 한다. 김민선은 “지난해 초반에 연속으로 준우승하니까 언니들이 베풀지만 말고 우승 좀 하라고 지어준 별명”이라며 “올해 들어서는 처음 온 우승 기회를 바로 잡아 첫 단추를 잘 끼웠으니 이대로 쭉 나가보고 싶다”고 했다.


국내 여자골프를 접수할 차세대 장타여왕으로 주목받고 있는 김민선을 25일 인터뷰했다. 그는 지난주 말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서 시종 선두를 놓치지 않으며 3타 차의 압도적인 결과로 통산 4승째를 완성했다. 특히 270야드가 넘는 차원이 다른 장타로 화제를 뿌렸다.

175㎝의 장신인 김민선은 지난 2014년 데뷔할 때부터 장타자로 유명했다. 지난해도 장타여왕 박성현에 이어 드라이버 샷 거리 2위에 올랐다. 김민선의 장타는 올 들어 폭발력이 더해졌다. 박성현이 미국으로 떠난 올해 김민선은 지난해보다 약 10야드 늘어난 평균 263야드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페어웨이가 비교적 넓은 홀에서는 270야드를 가볍게 넘긴다. 박성현이 찍었던 평균 265야드를 넘어설지도 관심이다. 김민선은 지난주 말 시즌 첫 승 뒤 친한 언니 박성현에게서 “한 건 했네”라는 강렬한 축하문자를 받기도 했다. 마지막 라운드를 앞두고는 “지켜보고 있으니까 잘하면 좋겠다”는 응원문자도 받았다.

김민선은 차세대 장타여왕으로 소개되는 게 아직은 부끄럽다고 했다. “2주 전 대회 때 신인선수(전우리)랑 같은 조에서 쳐봤는데 굉장히 멀리 보내더라고요. 과연 제가 투어를 대표하는 장타자로 불려도 괜찮을지 잘 모르겠어요.”


김민선은 지난 겨울 1주일에 나흘을 웨이트트레이닝에 투자했다. 스쿼트·런지 등 하체근력 운동 위주로 한 번에 최대 2시간씩 땀을 쏟았다. 시즌 중에도 웨이트트레이닝을 소홀히 하지 않을 계획이다. 김민선은 “그동안은 겨울훈련 기간에도 골프만 쳤는데 그러다 보니 시즌 막판에 체력에 한계를 느끼고는 했다”며 “보이는 것에 비해 하체가 약한 편이었는데 운동을 통해 꽤 강화된 것 같다”고 했다. 5㎏ 늘어난 체중에 단단해진 하체 덕에 김민선의 드라이버 샷은 더 멀리, 더 정확하게 업그레이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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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기록은 10야드 증가한 것으로 나오지만 실제로는 지난해보다 15야드 정도는 너끈히 멀리 보낸다. 기술적인 변화도 곁들여졌기 때문이다. 김민선은 “드라이버도 아이언처럼 찍어 치는 습관이 있었다. 낮은 탄도의 원인이었다. 그래서 임팩트를 뒤에서 해준다는 생각으로 고쳤더니 볼 탄도가 자연스럽게 높아지면서 거리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임팩트 때의 페이스 각도인 다이내믹 로프트가 마이너스 값을 나타낼 정도로 내려치는 버릇이 심했던 김민선은 볼 바로 뒤에 뒀던 임팩트 지점을 좀 더 뒤로 옮김으로써 헤드가 지나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볼을 타격할 수 있게 됐다. 김민선이 드라이버 샷을 할 때 항상 떠올리는 것은 두 가지다. 스윙이 급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테이크어웨이 동작을 천천히 하는 것, 임팩트 순간 왼 다리로 벽을 만드는 느낌을 갖는 것이다.

김민선은 지난해 짧은 퍼트를 어이없게 놓쳐 순위가 밀리는 경우가 꽤 있었다. 그러나 지난주 말 대회에서는 까다로운 라인의 쇼트 퍼트도 잘 넣었다. 롱 퍼트 때는 거의 매번 탭인 거리에 붙여 3퍼트의 여지를 없앴다. 또 다른 친한 동료 언니인 김자영의 한마디가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퍼트가 잘 되던 때의 김민선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던 김자영은 어드레스를 볼과 더 가깝게 서보라고 조언했는데 효과가 바로 나타났다. 백스트로크 때 너무 여유가 없다는 코치의 지적에 의도적으로 크게 드는 연습을 한 것도 주효했다.

골프선수로서 김민선의 최대 강점은 ‘쿨한’ 성격이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지나가면 금세 잊어버린다. 꼭 기억해야 할 골프 팁마저 금방 잊어버릴 때가 있어 걱정일 정도다. 골프채도 제조사에서 주는 대로 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와 올해 새해 첫날을 낚시터에서 보냈을 정도로 낚시애호가이기도 한데 성격과도 어딘지 어울리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골프 빼고는 잘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정말 아무것도 없다. 다른 운동도 잘 못했고 공부도 보통이었다”고 돌아본 김민선은 그래서 “골프를 시켜준 부모님께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어프로치 샷 ‘센스’를 늘려 시즌 3승과 최소타수 톱3까지 가보고 싶다는 그는 시즌 뒤 일본이나 미국 진출 계획도 구체화할 생각이다. 골프팬들에게도 하고 싶은 얘기가 있었다. “TV 중계로 보시면 웃지도 않고 진지하기만 한 친구로 생각하시겠지만 코스 밖에서는 완전 다르거든요.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우울한 아이는 아니라는 거 알아주시면 좋겠어요. 아, 그리고 아직은 부족하지만 멀리 치는 것만큼 쇼트게임도 정확한 선수로 기억될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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