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음악을 해야지’란 고민 깊어져(최경록)
“계속 무대에 설 수 있는 배우 되고파”(기세중)
내달 1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서 올려지는 ‘보이스 오브 듀오’ 콘서트는 남성 중창팀만의 매력을 바로 코 앞에서 만날 수 있는 무대이다. 듀오 콘서트 무대를 앞둔 흑소 테너 이동신, 국민 로커 곽동현, 대중이 기억하는 카운터 테너가 되고 싶은 이상준, 세계적인 카운터 테너의 꿈을 품은 유혁, 계속 무대에 서고 싶은 뮤지컬 배우 기세중, 아티스트로 거듭나고 싶은 최경록을 만났다.
JTBC ‘팬텀싱어’를 통해 뮤지컬 배우들의 뛰어난 보컬 실력을 알린 기세중과 최경록이 듀오로 뭉쳤다. 배우로서 오래 오래 무대에 서고 싶은 기세중 형과 싱어와 배우 롤 어느 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최경록은 ‘보이스 오브 듀오’ 무대에서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시네마파라디소’-조쉬그로반버전 등을 들려준다.
두 배우는 “우리만의 색깔을 보여 줄 것이다” 고 자신하며, “뮤지컬의 매력이 가득한 무대를 만나 볼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각 듀오마다 차별점이 있을 듯 해요. 우선 저희 듀오 팀은 단순히 서서 노래만 하는 식으로는 진행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뮤지컬의 한 장면으로 끝나는 게 아닌 전체 노래가 드라마처럼 구성이 될 수 있게 계획 했어요. 직접 극장에 오셔서 확인해주세요”(최경록)
딸기 스무디를 사이좋게 시킨 두 형제는 서로를 칭찬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최경록은 기세중을 ‘파스텔톤을 지닌 형’이라고 칭했으며, 기세중은 최경록을 ‘에너지가 건강한 동생’이라고 소개했다.
“한 살 많은 형이지만 세중이 형이 절 먼저 안아주려고 해요. 예를 들어 ‘내 색깔이 이러니까 어떻게 맞춰볼래?’ 가 아니라 상대를 먼저 배려해주고 살펴줘요. 수정하고 조율하는 방법도 되게 젠틀해요. 나무보다는 숲을 보는 분이죠. 오늘 입고 온 의상도 숲 색깔인데요(웃음)”(최경록)
“경록이 같은 경우는 에너지가 좋아요. 에너지의 강도도 좋고 항상 밝은 에너지를 내요. 싱어로서 너무 좋은 음색을 가지고 있는 게 장점이죠. 저희끼리는 한 두 마디 이야기 하면 서로에 대해 바로 알아봐요. 청중을 확 사로잡을 수 있는 보이스를 가지고 있는 친구죠. 게다가 싱어는 물론 액터로서 자질 모두 우수하죠. 경록이가 제가 품어준다고 표현했는데, 이 친구도 상대를 잘 품어줘요.”(기세중)
최경록의 장점은 어디에 갔다 놔둬, 또 누구랑 있어도 금방 친해지는 친화력에 있다. 기세중은 “팬텀싱어 팀 내에서도 경록이가 (이)준환이 바로 위 막내였는데,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귀띔했다. 추가로 “팬텀싱어 방송에선 최경록의 실체가 90분의 1도 제대로 안 나갔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이에 최경록은 “전 노인정에 가도, 혹은 어린이집 등 어디에 가도 잘 놀아요. 2형제의 막내인데 주말마다 어머니랑 데이트 하고 있어요. 또 할머니랑 같이 살아서 대화의 폭이 넓어요.”라며 생글 생글 웃으며 화답했다.
‘팬텀싱어’의 여파는 출연진 모두에게 신세계를 경험하게 했다. 기세중은 방송 나가는 기간 동안 많이 알아보는 걸 보고 놀랐다고 했다.
“팬텀싱어에 출연하면서 지하철에서도 알아보고,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도 알아봐 사인을 해드린 적이 많았다. 그런데 방송 끝나고 일주일이 지나니 점점 반응의 빈도가 적어지더라. 그 속에서 내 본업이 배우이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게 됐다. ‘팬텀싱어’의 기세중이 아닌 배우 기세중으로 살아가고 있다.”
러브 바이러스를 연신 전파하는 ‘사랑꾼’ 최경록에게 ‘팬텀싱어’는 모든 가능성의 물꼬를 터준 ‘시작점’이었다. 무엇보다 ‘노래보다 음악에 더 관심이 생긴 점’은 최대의 수확이다.
“그동안 노래는 알았는데 음악은 몰랐구나란 생각이 크게 들었어요. 노래는 소리를 내는 거라면, 음악은 그것보다 더 많은 걸 담고 있는 말이잖아요. 전체적인 융화나 하모니를 더 생각하게 되니까 예전보다 더 반주를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렇게 전체를 보고 음악을 듣게 되니 소름이 돋을 정도로 감동을 받을 때가 많아요. ‘내가 노래를 잘 해야지’가 아니라 ‘좋은 음악을 해야지’란 생각이 먼저 들게 되는 거죠. 그럼 좋은 음악은 뭘까. 이렇게 스스로를 돌아보며 계속 고민하고 연구하게 됩니다.”
대학에서 뮤지컬을 전공했지만 그는 성악 레슨을 받는 것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세계 성악계의 슈퍼스타로 꼽히는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 테너 롤란드 비아손, 소프라노 홍혜경, 바리톤 고성현의 음악에 빠져 살았던 20대 청년은 유명 오페라 영상도 챙겨보면서 음악의 폭을 넓히고 있다고 했다.
“처음 20대 초반에 테너 김성결 선생님에게 성악을 배웠어요. 현재 이태리에 계세요. ‘팬텀싱어’에 출연한 뒤론 형들 공연을 잘 챙겨보고 있어요. 제가 몰입을 잘해서 그런지 그렇게 형들 노래를 듣고 있으면 눈물이 나요. 최근엔 대전에 내려가서 박상돈 형이 나오는 오페라 ‘사랑의 묘약’을 보고 왔어요. 상돈이 형 노래 대단하죠. 형이 처음엔 곁을 바로 내주는 편이 아는데 제가 계속 형에게 다가가서 형이랑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뮤지컬 배우 지망생으로 소개되곤 했던 최경록은 현재 새롭게 갖고 싶은 단어가 생겼다. 바로 ‘아티스트’이다.
“과거에도, 지금도 신성시 여기는 단어가 ‘배우’입니다. 최경록이란 이름 앞에 배우를 붙일 수 있는 날을 기다리고 있어요. 그렇게 되기 위해선 많은 노력과 도전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어요. 워낙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이에요. 제 피를 끓게 하는 음악, 뮤지컬 등 순순하게 접근했던 마음을 돌아보고 있어요. 그렇게 좋은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란 단어에 조금씩 다가가고 싶어요.”
시즌 1의 성공으로 ‘팬텀싱어’에 출연하고자 하는 뮤지컬 배우, 성악 전공자들의 숫자가 늘고 있다고 한다. 시즌1의 선배인 최경록은 “단순히 유명세를 얻고 싶어서 나가는 거라면 추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팬텀싱어’란 프로그램 자체가 솔리스트를 뽑는 자리가 아닌, 중창단을 뽑는거다. 그만큼 화합하고 하모니를 이룰 수 있어야 한다. 거기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면 나가는 게 좋다. 그런 의도가 아니라면 다른 이들에게 다 보이더라. ‘나 혼자 잘 할거야’ ‘유명해질거야’ 란 생각이 앞서면 분명 떨어지더라.”(최경록)
연극 ‘보도지침’ 준비에 열심인 그냥 꾼(?) 기세중 역시 “욕심이 강하고 고집에 센 사람은 ‘팬텀싱어’에 맞지 않다. 프로그램의 성향을 제대로 알고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