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26일 경북 성주골프장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핵심장비가 전격 반입돼 초기 배치 단계에 들어간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하며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북핵 추가 도발을 저지하기 위한 미국과의 공조를 의식한 듯 중국 매체들의 사드 배치 관련 보도 비중은 이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이날 중국의 첫 자국산 항공모함 진수식에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불참해 한반도 긴장을 부추길 수 있는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 한반도의 전략 균형을 파괴하고 긴장 정세를 한층 더 자극할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은 사드 배치를 취소하고 관련 설비를 철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겅 대변인은 이어 “이미 한미 당국에 엄중한 우려를 표명했다”면서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대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며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중국 국방부 대변인도 “사드 반대에 대해 중국군은 말에만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강경 입장을 강조했다.
중국 신화통신과 환구망 등 주요 매체들은 이날 속보로 성주골프장에 사드 장비가 반입된 사실을 전하면서 지역 주민과 경찰이 충돌을 빚었다고 보도했다. 인민일보 해외망은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무리하게 진행해 대통령선거 이후 새 정부의 사드 정책 선택권을 빼앗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다만 당국의 논평 수위가 종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한 것과 달리 매체의 보도 비중이나 비난 강도는 이전과 비교해 완화된 기색이 엿보인다. 신랑망은 “한국 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이 없으므로 사드 배치에 대한 주도권이 없고 이게 바로 한국 정부의 난처한 점”이라며 “이런 점을 고려하면 한국 기업까지 피해를 주는 행위는 양국 국민 정서를 해칠 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근 북한의 핵 도발 가능성을 우려하며 강한 대북 경제 압박의 필요성을 주장했던 환구시보의 논평도 다소 누그러졌다. 환구시보는 이날 “미국은 북한에 채찍 대신 당근을 줘야 한다”며 북핵 문제에서 대화와 협상에 비중을 두는 유화적인 태도로 다시 돌아섰다.
한반도 위기상황과 관련한 중국 정부의 신중한 행보는 이날 첫 자국산 항공모함 진수식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중국은 당초 해군 창건일인 지난 23일 열릴 것으로 예상됐던 진수식을 이날 열었다. 다만 다롄조선소에서 열린 ‘001A형’ 항모 진수식에 당초 참석이 유력했던 시 주석은 불참했고 대신 판창룽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진수식을 주도했다. 중국 외교가에서는 한반도 정세 긴장 고조 등을 우려해 시 주석이 진수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항모 독자 제작은 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에 이어 중국이 세계에서 7번째다. 중국은 러시아에서 들여와 개조해 2012년 9월에 취역한 첫 항모 랴오닝함에 이어 자국 기술로 두 번째 항모를 건조해 2척의 항모를 보유하게 됐다. 산둥(山東)호로 명명될 가능성이 큰 두 번째 항모는 중국 남부에 배치돼 남중국해 일대에서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