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한 슈퍼마켓. 한류 열풍을 타고 한국산 식품들이 한 코너에 모여서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양한 제품들이 모여 있었지만 동남아시아에서 업계 1·2위를 다투는 대상(001680)의 조미료 ‘미원’은 자리에 없었다. 한국 식품 코너 대신 일반 조미료 코너에 놓여 있다. 포장지에도 한글 표시가 없어 언뜻 보면 일본제 혹은 동남아 자국 제품으로 보일 정도다. 베트남·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미원은 일본의 아지노모토와 1·2위를 다투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대상·CJ제일제당(097950) 등 국내 주요 식품 업체들에도 첫 해외 진출 국가이기 때문에 의미가 남다르다. 대상은 국내 업체 처음으로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후 40여년 만에 미원을 현지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CJ제일제당 역시 CJ그룹이 출범하기 전부터 인도네시아에 현지법인을 세우며 해외 진출을 시작해 사료용 필수아미노산인 라이신과 조미료에 들어가는 핵산 등 바이오사업 위주로 인도네시아에 뿌리내리고 있다.
대상은 지난 1973년 글루탐산나트륨(MSG) 제조 합작사인 ‘미원 인도네시아’를 설립하며 인도네시아 시장에 첫발을 디뎠다. 2009년 처음으로 매출액 1,000억원을 넘어섰고 2014년에는 1,200억원을 달성했다. 브랜드 파워 때문에 대상그룹이 1997년 계열사 이름을 바꿨지만 인도네시아 법인명만은 지금까지도 ‘미원 인도네시아’를 고수하고 있다.
아울러 무슬림 고객을 겨냥한 할랄 음식 시장에도 ‘마마수카(MAMA SUKA)’ 브랜드를 앞세워 적극 진출해 현지법인에서만 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국에서 수출되는 할랄 제품도 2015년 50억원 규모로 늘었다. 임덕진 미원 인도네시아 대표는 “현지화 전략으로 할랄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으며 새로운 아이템도 지속 개발 및 출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은 라이신 등 사료와 축산 등 생물자원 부문을 중심으로 인도네시아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아세안 지역 사료 시장에서 1~2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1991년 라이신 생산 공장을 파수루안 지역에 마련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만 공장 두 곳을 새로 짓는 등 생산기지 총 6곳을 확보하고 있다. 파수루안 공장의 경우 10만평 규모로 연간 20만톤 이상의 라이신을 만들 수 있다. 라이신 생산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사료를 소비하는 우수한 품종의 닭이나 돼지 등의 종계 및 종돈 사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제품의 생산과 소비 기반을 동시에 확보하는 순환구조를 구축하려는 목적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한다. 자바섬 바탕 지역에 있는 스마랑 공장은 양계·양어사료 등 연간 약 26만톤의 사료를 생산할 수 있다. 또한 중북부 칼리만탄 지역에도 양계사료를 연간 약 18만톤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세웠다.
/자카르타=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