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佛'샤이르펜' 커질까, 노동자들 마크롱 냉대

현재 여론 조사상 마크롱 > 르펜

러스트벨트에선 마크롱 < 르펜

마크롱은 친기업 이미지, 반면 르펜은 노동자계층 대변인 자처



프랑스 대선 후보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가 고향 유세에서 노동자층의 냉대를 받으면서 내달 7일 대선에서 이변이 연출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여론 조사상으로는 마크롱이 경쟁자 마린 르펜 후보를 큰 표차로 앞서지만 지난해 미국 대선 때 ‘샤이 트럼프’가 발현한 것처럼 여론조사에 반영되지 않은 ‘샤이 르펜’이 막판에 결집하며 예상을 뒤집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우려는 26일(현지시간) 마크롱이 고향인 프랑스 북부 소도시 아미앵에서 르펜과 맞붙었다가 ‘판정패’를 당한 이후로 더욱 확산되는 상황이다. 이날 마크롱은 아미앵을 찾아 노조대표들과 비공개 면담을 했는데 그사이 예고 없이 이 지역 가전기업 월풀의 공장을 방문한 르펜은 마크롱이 노조대표를 만나고 있다는 점을 꼬집으며 마크롱을 ‘친기업 인사’로 몰아붙였다. 마크롱이 계획을 수정해 월풀 공장을 찾았지만 노동자들은 마크롱을 냉대했다. 월풀 공장의 이전 계획으로 공장 근로자 290여명과 협력업체 직원들은 내년에 일터를 잃을 상황에 놓여 있다. 이 때문에 노동자들이 친기업 공약을 내건 마크롱에 반감을 갖고 있다.

이 일을 두고 일각에선 바닥 민심을 보여준다며 마크롱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미국에서도 쇠락한 공업지역을 일컫는 ‘러스트 벨트’의 표심이 결국 여론조사 지지율이 더 높았던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발목을 잡고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결정지은 전적이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이런 ‘러스트벨트’ 노동자층에선 르펜 선호 현상이 뚜렷하다. 아미앵의 1차 투표 득표율을 보면 르펜이 30.4%로 마크롱(21.7%)을 압도했다. 노동자 계층에선 글로벌 투자은행 출신으로, 경제장관을 역임한 마크롱을 친기업적 인사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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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은 이번 대선에서 법인세를 33.3%에서 25%로 낮춰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경제 공약을 내걸었다. 마크롱은 또 근로시간에 대해 주 35시간을 유지하되 유연성 확대를 허용하고 추가 근무 시 사회보장 혜택을 삭감하지는 않겠다고 해 사실상 근로시간 연장을 가능케 했다. 이는 르펜이 공공분야 계약 시 프랑스 기업에 우선권을 주고 소상공인들에게 대출 이율을 낮춰주는 등 친 노동자적 공약을 내건 것과 대조적이다.

르펜은 공장에서 “나는 일자리를 잃고 구매력이 없어지는 것을 원치 않는 프랑스인을 위한 후보”라며 노동자 계층의 대변인임을 자처했다. 이어 트위터에 “내가 있으므로 이들의 일터는 문을 닫지 않을 것”이라는 글을 올리며 자신이 노동자 편에 서 있다는 사실을 재차 강조했다.

이런 뚜렷한 공약 차로 지난 23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서 두 후보의 지지층이 분명하게 나뉘었다. 마크롱은 중산층이 주로 거주하는 파리와 수도권에서 높은 지지율을 얻었지만 르펜은 노동자 비중이 높은 북부, 동부, 남부 등에서 우세했다. 이는 마크롱의 지지율 밀집도가 떨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프랑스 언론인 안느 엘리제베스 무테는 지난달 BBC와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러스트벨트의 많은 유권자가 좌파에 투표하곤 했지만 이번엔 달랐다면서 “그들은 트럼프 지지층과 브렉시트 지지층과 같다. 세계화가 그들을 매우 나쁘게 만들었다고 느낀다”고 지적했다.

/박신영인턴기자 sypark@sedaily.com

박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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