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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그라든 설비 투자...2년새 5분의 1로

올 1조2,202억...작년比 20% ↓

대선 앞두고 투자 망설이는듯

LG이노텍 5,340억으로 최다



수출이 늘어나고 내수 경기도 회복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올해 역시 기업의 투자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기업의 투자가 거의 씨가 마르며 2년 만에 5분의1 수준으로 전락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우려하며 설비투자를 망설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연초 이후 26일까지 국내 상장사가 시설투자 계획(정정공시 제외)으로 밝힌 규모가 1조2,20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조5,677억원)보다 20%가량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투자 감소 폭이 지난 2015년(5조2,006억원)과 비교하면 30% 수준이었는데 올해 역시 회복되지 않으면서 기업의 투자 규모가 2년 만에 5분의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사실상 ‘투자절벽’에 이른 것이다.

투자 계획을 공시한 기업의 수는 2015년 14건에서 2016년 17건, 올해는 29건으로 오히려 늘었다. 시설투자에 나선 기업은 늘었지만 주로 코스닥 업체나 중소형사에 투자가 집중되다 보니 투자 금액은 크게 줄었다.


투자 규모가 가장 큰 업체는 LG이노텍(011070)이다. LG이노텍은 올해 2건의 공시를 통해 모두 5,34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카메라 모듈공장을 증설하고 모바일용 신기술 모듈사업 추진에 각각 2,643억원과 2,697억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이어 팬오션(028670)이 펄프운반선 5척 건조에 1,655억원, 한미약품(128940)이 생산설비에 1,133억원의 투자를 계획했다. 이들 3개 업체만 1,000억원 이상의 투자 규모를 밝혔을 뿐 다른 기업들은 수십억원, 수백억원 규모에 그쳤다. 지난해와 비교할 때 규모 자체가 크게 줄었고 대기업 계열로는 LG이노텍과 포스코강판(058430)(390억원)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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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같은 기간 신규 투자에 나선 기업 수는 적었지만 현대위아(011210)(2,651억원), LG디스플레이(034220)(4,600억원), CJ대한통운(000120)(3,309억원) 등 대기업 계열사가 투자를 주도했다. 2015년 역시 항공기 수를 크게 늘린 아시아나항공(020560)이 3조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에 나섰고 롯데칠성(005300)음료가 5,890억원을 들여 맥주공장을 증설하는 등 올해와는 사정이 달랐다. 올해 투자에 나선 기업들은 더는 늦출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투자에 나서더라도 규모는 최대한 신중하게 책정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 투자가 줄어든 가장 큰 원인은 수년간 지속된 수출과 내수 부진이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이 신규 설비 확충에 선뜻 나서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지난해 하반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기업들은 잔뜩 움츠린 상태다. 대선 후보 중에 지지율이 가장 높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법인세 인상 등을 예고해 적극적이기보다는 신중하게 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다.

투자절벽 현상은 다음달 새 정부가 출범한 후에나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대선 이후 대내외 불확실성이 투명하게 개선되고 기업들에 사업기회가 많이 열리면 투자도 많이 일어날 것”이라며 “특히 4차 산업혁명이 태동한다는 측면에서 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나서고 뒤를 이어 생산 시설 투자로까지 이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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