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증세 앞서 '소득있는 곳에 세금' 원칙부터 세워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공약 실행 방안의 일환으로 증세 카드를 꺼낼 모양이다. 문재인 대선캠프는 법인세를 인상하고 소득세도 부자에 한해 더 많이 내도록 하는 방안을 조만간 공약집 형태로 제시한다고 한다. 구체적인 세제개편 구상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법인세는 최저한세율을 인상하고 소득세는 과표 최고구간을 낮추면서 세율도 인상하는 방식이 유력하게 검토된다는 소식이다.


문 후보의 증세 방안은 ‘증세 없는 복지’를 외치다 뒤늦게 사실상 증세로 방향을 튼 박근혜 정부에 비해 차라리 솔직한 측면이 있긴 하다. 그럼에도 공약 이행을 위한 증세 방안이 초래할 여러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소득세 개편안만 보더라도 공평과세 측면에서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1,700만명에 이르는 근로소득자 가운데 절반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현실을 외면한 채 고소득 직장인에게 세금을 더 내라고 한다는 것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국민개세(皆稅)주의 원칙에 어긋난다.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계층만 타깃으로 삼아 쉬운 증세라는 의심도 간다. 소득이 많으니 더 내라는 주장이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세의 85%를 부담하는 실상에 비춰보면 딱히 설득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법인세 인상안은 세계적인 법인세 인하 경쟁과 거꾸로 가는 발상이다. 그제 발표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법인세율 인하 방안은 가히 파격적이다. 진작 예고는 했지만 무려 20%포인트 내린다는 대담한 발상이 놀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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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정책은 모름지기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원칙을 근간으로 삼아야 한다.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자영업자의 소득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손쉬운 직장인의 세 부담부터 늘리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조세원칙까지 훼손하면서 증세를 감행한다면 세 부담이 늘어난 담세자의 불만을 달랠 길이 없다. 증세에 앞서 조세원칙을 바로 세워 제대로 집행하는 것이 공평과세에 한 발짝 다가서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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